[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6·3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제 정치의 시간이 아닌 인사의 시간이 시작됐다. 보통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 세 과시와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하곤 한다. 반면 공직자들은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이거나 보고를 누락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해 한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관심을 받는 것은 인사다. 누구를 중용하고, 누구를 배제했는지에 따라 새 수장의 조직 원칙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는 인사는 흔한 풍경이다. 그래서 첫 인사는 단순한 인사발령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의 새 수장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새 수장이 출범하면 조직을 정비하고 개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할 권한이 있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과 호흡을 맞출 조직을 만드는 것도 행정의 한 과정이다. 하지만 인사권은 절대 권력이 아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는 순간 인사는 쇄신이 아니라 갈등의 시작이 된다.
최근 민선 9기 완도군이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미래전략과와 수산식품산업과를 신설하고, 일부 부서와 팀을 통합·축소하는 기능 중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원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을 재배치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군민 중심 행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개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제는 조직개편 자체가 아니다. 조직은 시대 변화에 맞게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 민선 교체 직후 단행된 첫 인사는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왔다. 주요 보직의 대폭 교체와 조직 재편을 두고 "새 군정의 정책 추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인적 쇄신을 넘어 코드 중심 인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지방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줄 세우기다. 선거 결과에 따라 공직자의 운명이 결정되고, 능력보다 누구와 가까운지가 승진의 기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조직은 경쟁력을 잃는다. 공무원은 군수가 바뀔 때마다 정치적 편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군민을 위해 일하는 행정 전문가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연속성이다. 전임 군정이 추진했던 사업이라고 해서 모두 폐기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은 특정 군수의 소유물이 아니라 군민의 자산이다. 좋은 정책은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새로운 군정이 출범했다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려는 발상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투입된 예산과 행정력, 주민들의 신뢰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완도군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과 수산식품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향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역소멸 대응과 수산업 경쟁력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정책은 사람을 통해 실행된다. 능력 있는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군정 성공의 첫걸음이다. 인사가 공정하다는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조직개편도 현장에서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
군민이 원하는 것은 대규모 인사 자체가 아니다. 누가 승진했는지가 아니라 왜 승진했는지를 납득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누구를 교체했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발탁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성과와 전문성이 기준이 되는 인사는 조직을 살린다. 반대로 정치적 해석이 앞서는 인사는 조직을 침묵하게 만든다.
새 군정은 출범 초기일수록 속도보다 신뢰를 선택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인사는 군수의 권한이지만, 그 결과는 군민이 평가한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군정이 잘 풀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천고의 진리는 인물의 ‘적재적소(適材適所)’다. 하지만 그 진리를 저버리고 역량과 함량이 미달한 선거 공신이나 측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그 조직의 근간은 흔들린다.
불합리한 인사에 노출된 구성원들은 의욕을 잃고, 동력을 상실해 조직 전체가 공멸의 길로 접어든다. 묵묵히 일해온 공직자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특정 인물들이 요직을 돌려막는 회전문 인사가 돼서는 안 된다. 성과 중심이 아닌 ‘내 사람 챙기기’식 불공정 인사는 공직 내부의 건강한 경쟁 동력을 마비시킨다.
완도군 민선 9기 첫 인사가 진정한 쇄신으로 기억될지, 또 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될지는 앞으로의 인사 원칙과 정책 성과가 답해 줄 것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