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2026.08.28 (금)

더파워

전기료 못 올리고 투자비는 늘어난다…한전 앞에 놓인 ‘11조원의 숙제’

메뉴

이슈포커스

전기료 못 올리고 투자비는 늘어난다…한전 앞에 놓인 ‘11조원의 숙제’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8 11:15

2027년 사채발행한도 완화 종료 대비 추가 자본 약 11조원 필요 추산
정부 출자 가능성 거론…직접 자본확충은 전기요금 인상 기대 낮추는 요인
남부권 산업용 전기료 최대 kWh당 18원 인하…한전 부담 2.8조원 관건
2040년 재생에너지 220GW 전망…실효용량 부족에 신규 발전설비도 필요

한국전력
한국전력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전력이 다시 대규모 투자와 재무건전성 사이의 줄타기에 들어가고 있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확대, 신규 발전설비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대신 정부 출자를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자금을 넣어주는 방식이 당장의 재무 부담은 줄여줄 수 있어도, 전기요금을 통해 자체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구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투자비는 늘어나는데 요금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한전의 중장기 재무 부담이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확보를 위해 한국전력과 한국수자원공사에 정부가 신규 출자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력망 투자를 출자금으로 지원할 경우 자본확충 규모가 상당한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2027년 말 사채발행한도 배수의 한시적 완화 조치 종료도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현재의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약 11조원 규모의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채발행 여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자본을 늘리거나 부채를 줄여야 한다. 영업현금흐름만으로 이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면 정부 출자나 전기요금 조정이 주요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시장이 기대했던 방식은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재무여력 확보다. 요금을 올리면 전력 판매를 통해 현금이 직접 유입되고, 연료비와 송배전망 투자비 증가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커진다.

하지만 최근 정책 흐름은 반대 방향에 가깝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과 물가 부담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고,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에서도 일부 지역의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설계안에 따르면 수도권 남부는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남부권에서는 kWh당 최대 18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로 한전이 부담하게 될 요금 감소분을 약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지역별 계통한계가격(SMP)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느냐에 따라 실제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지역별 도매가격 차이가 소매요금 인하분을 충분히 보전한다면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한전의 손실을 완전히 상쇄할 정도로 설계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전기요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장기 전망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가 자가용 태양광을 제외하고 220GW에 이를 것으로 제시됐다.

구성은 태양광 155GW, 육상풍력 15GW, 해상풍력 45GW, 기타 약 4GW다. 자가용 태양광 16GW를 포함하면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는 236GW까지 올라간다.

재생에너지가 크게 늘면 발전설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도권과 산업단지, 대규모 데이터센터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과 변전설비 투자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설비용량 전체가 최대전력 시간대의 공급능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전망에서 2040년 최대 전력수요는 기존 전망보다 29.1~35.7GW 늘어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예비율 22%까지 감안하면 필요한 공급능력 증가는 35.4~43.5GW 수준으로 확대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의 실제 피크 기여도를 보수적으로 적용한 실효용량은 약 23.3GW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늘려도 전력수요 증가분을 전부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최대 12~20GW가량의 추가 발전설비가 필요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LNG 발전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도입돼 재생에너지의 실효용량을 높일 경우 신규 기저전원 필요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전력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신규 발전설비, 송전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구조다. 투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전이 어느 정도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정부가 얼마나 지원할지가 중요해진다.

연료비 환경도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 25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3.5달러로 전주보다 4.4% 하락했지만 아시아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23달러로 3.9% 상승했다.

아시아 LNG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며 연초 이후로는 139.1% 상승했다. 호주산 유연탄 가격도 톤당 131.3달러로 전년보다 17.7% 높다.

국내 연료비에서도 LNG 부담이 두드러진다. 8월 LNG 연료비 단가는 전년 동월보다 31.4% 상승했고 LNG와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 차이는 kWh당 약 65원까지 벌어졌다.

연료비 상승은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동시에 전력망 투자와 지역별 전기요금 인하까지 겹치면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

실제 전력 판매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한전의 올해 1~6월 누적 전력판매량은 26만6671GWh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다.

산업용 판매량은 13만6160GWh로 2.2% 줄었고 판매금액도 24조3748억원으로 2.3% 감소했다. 전체 판매금액은 44조7049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산업용 전력 판매가 약한 상황에서 추가 요금 인하까지 진행되면 매출 측면의 개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송전망과 발전설비 투자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 출자가 한전 주주에게 반드시 호재로만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이 늘어나면 사채 발행 여력이 개선되고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가 직접 자본을 공급한다는 것은 전기요금을 통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 개선이 뒤로 밀릴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 인하 기조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원가가 다시 급등해 정책적으로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적극적인 요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정책 변수도 연이어 나온다. 9~10월에는 신규 원전 도입과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 송변전 계획 등이 토론회를 거쳐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220GW를 실제 전력계통에 어떻게 연결할지, 부족한 실효용량을 원전·LNG·ESS 가운데 무엇으로 채울지에 따라 향후 한전의 투자 규모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결국 한전이 마주한 문제는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전기료 부담은 낮춰야 하지만 전력망은 더 깔아야 하고, 재생에너지는 크게 늘려야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추가 설비도 필요하다.

정부 출자는 이 충돌을 단기적으로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요금 정상화 없이 자본 투입으로 투자비를 충당하는 방식이 장기화된다면 한전의 재무구조는 다시 정책 결정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전기요금 인하와 대규모 자본확충이 동시에 거론되는 지금,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출자금 자체보다 그 돈이 왜 필요한지다. 앞으로 늘어날 송전망과 발전설비 투자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가 한전뿐 아니라 국내 전력산업의 다음 재편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6,822.35 ▼90.02
코스닥 834.94 ▼2.71
코스피200 1,072.60 ▼16.01
암호화폐시황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488,000 ▼152,000
비트코인캐시 366,500 ▼300
이더리움 3,449,000 ▼1,000
이더리움클래식 10,650 0
리플 1,981 ▲2
퀀텀 1,156 ▲7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509,000 ▼154,000
이더리움 3,449,000 ▼1,000
이더리움클래식 10,660 ▲20
메탈 321 ▲1
리스크 133 0
리플 1,979 ▼2
에이다 290 0
스팀 61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450,000 ▼180,000
비트코인캐시 366,000 ▼600
이더리움 3,450,000 ▼1,000
이더리움클래식 10,680 ▲30
리플 1,978 0
퀀텀 1,182 0
이오타 6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