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매수’ 유지·목표가 4만2000→7만4000원…8일 종가 대비 상승여력 50.3%
美 자회사 하이엑시엄과 PAFC 5014억원 공급계약…2027년 3월~2028년 4월 납품
가스터빈 리드타임 4년 이상·주민 반발 확대…연료전지, 빠른 전력연결·수용성 부각
2027년 매출 8610억원·영업익 450억원 전망…흑자전환 예상
/두산퓨얼셀[더파워 이경호 기자] 두산퓨얼셀이 5000억원대 연료전지 공급계약을 통해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성장성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둘러싼 규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력 공급 속도와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는 연료전지가 오히려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은 9일 두산퓨얼셀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4만2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 8일 종가 4만9250원과 비교하면 상승여력은 50.3%다.
목표주가 상향의 핵심은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일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과 5014억원 규모의 인산형연료전지(PAFC)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제품은 국내 익산공장에서 생산해 하이엑시엄에 공급하고, 하이엑시엄이 이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구조다. 계약 물량은 2027년 3월부터 2028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는 대금 지급 구조도 주목됐다. 구매주문서(PO) 발생 시 선급금 20%, 중도금 75%, 잔금 5%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SK증권은 선급금 20%가 포함된 구조가 두산퓨얼셀의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장비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일부 먼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계약에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업과 설계, 프로젝트 수행, 시운전, 유지보수는 하이엑시엄이 맡고 두산퓨얼셀은 핵심 연료전지 주기기를 제조·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 연료전지 사업과 달리 미국 수출에서는 장비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다. 최종 고객사와 설치 지역, 전체 공급용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증권은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규제 논란도 두산퓨얼셀에 반드시 부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부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규제의 본질은 AI 투자를 막는 것이 아니라 전력비 상승 부담을 누가 질 것인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뉴욕주는 데이터센터가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하거나 자체 전원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펜실베이니아도 지역 승인과 에너지 비용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SK증권은 “데이터센터 규제는 AI 투자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가정용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비용을 하이퍼스케일러와 유틸리티, 소비자 가운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연료전지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데이터센터 현장 발전의 전통적인 선택지는 가스터빈이지만 공급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GE버노바 기준 가스터빈은 2030년 생산분까지 사실상 판매가 완료된 상태로, 리드타임이 4년 이상 길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서버와 GPU를 확보하더라도 전력을 연결하지 못하면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다. 수년간 가스터빈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설치기간이 짧은 연료전지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 수용성도 중요한 변수다.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미국 각 지역에서는 발전설비의 탄소배출과 대기오염,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SK증권은 오라클의 ‘프로젝트 주피터(Project Jupiter)’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당초 가스터빈과 디젤발전 활용이 검토됐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연료전지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됐다.
프로젝트 주피터는 현재 대기질 허가 절차와 정치적 변수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SK증권은 이를 연료전지 자체의 환경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료전지는 가스를 개질해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가스발전과 비슷하지만 탄소배출과 질소산화물, 물 사용량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연결과 지역사회 동의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특성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적은 올해까지 적자가 이어진 뒤 내년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SK증권은 두산퓨얼셀의 올해 매출액을 505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11% 늘어나는 수준이다.
올해 영업손실은 710억원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7년에는 매출액이 8610억원으로 70.5% 증가하고 영업이익 45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료전지 부문 매출은 올해 4020억원에서 2027년 7440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유지보수 매출도 같은 기간 1030억원에서 118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8년에는 매출액 1조290억원, 영업이익 760억원으로 추가 성장이 예상됐다. 영업이익률도 2027년 5.2%에서 2028년 7.4%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밸류에이션 기준도 크게 높였다. SK증권은 2027년 예상 주당매출액(SPS)을 기존 8576원에서 1만523원으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매출비율(PSR) 배수도 기존 4.9배에서 7배로 높였다. 이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4만2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조정했다.
미국 시장 진출이 실제 계약으로 확인됐다는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가능성만을 기대했던 단계에서 벗어나 두산퓨얼셀이 직접 장비를 공급하는 수주 레퍼런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의 핵심도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추가 수주가 이어지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가스터빈 공급 병목과 지역 주민 반발이 장기화될수록 빠른 전력 공급과 상대적으로 높은 주민 수용성을 갖춘 연료전지가 대안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