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 주파수 경매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5G 총량 500MHz 미만 전망
미국은 2030년까지 5G·6G용 800MHz 추가 공급…피지컬AI 경쟁력 격차 우려
2027년 3.7GHz 대역 300MHz 추가 할당 가능성…망 투자 재개 기대감 확대
2019년 KMW 국내 매출 5000억원·공급 부족 경험…업체 감소로 수혜 집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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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통신장비 업계에 다시 '성수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2027년 재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특히 국내 5G 주파수 공급량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피지컬AI와 6G 경쟁까지 본격화하고 있어 추가 주파수 확보와 네트워크 투자를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주파수 경매는 2018년 이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2026년 LTE 주파수 사용기간 만료에 따라 일부 대역이 5G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국내 5G 주파수 총량은 500MHz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 LTE 가입자가 약 1800만명에 달해 기존 LTE 주파수를 모두 5G로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경쟁국은 주파수 확보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향후 2030년까지 800MHz 규모의 주파수를 5G와 6G 용도로 추가 경매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까지 제공해 통신사의 공격적인 망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이다.
주파수는 통신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이다.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AI 서비스와 자율주행, 로봇 등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필요한 피지컬AI 환경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추가 할당이 늦어질수록 미국과의 네트워크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2027년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추가 할당 후보로는 3.7GHz 대역 300MHz가 거론된다. 현재 사용 중인 5G 주파수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고 과거에도 경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대역이다.
통신사들이 아직 신규 주파수 할당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피지컬AI와 5G 품질 경쟁이 정책 이슈로 부상할 경우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추가 할당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주파수 경매가 현실화하면 통신장비 산업에는 단순한 정책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통신사가 새 주파수를 확보하면 해당 대역을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기지국과 중계기, 광모듈, 시험장비 등 네트워크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가 곧 통신장비 발주 사이클의 시작점이 되는 구조다.
과거 사례도 있다. 2019년 5G 투자가 본격화됐을 당시 케이엠더블유(KMW)는 국내에서만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장비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면서 일부 품목에서는 공급 부족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이클은 오히려 당시보다 장비 수급이 더 빡빡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신장비 산업은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가 매년 반복되는 구조가 아니다. 투자 공백이 길고 약 7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성수기가 찾아오는 특성 때문에 비수기를 견디지 못한 중소 업체들이 업종을 바꾸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이탈해왔다.
신규 업체가 단기간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통신장비는 통신사와 장비사의 성능 시험과 인증을 거쳐야 하고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발주가 한꺼번에 재개되면 살아남은 상위 장비업체로 물량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 특성도 이런 흐름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통신장비 점유율이 높은 데다 에릭슨과 노키아 등 해외 장비업체 역시 국내 사업을 위해서는 국내 중소 장비업체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혜 영역은 기지국 장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트랜시버를 비롯한 광통신 장비와 안테나·필터, 인빌딩 장비, 네트워크 시험장비까지 투자 사이클이 확산될 수 있다. 주파수를 확보한 뒤 실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지국 외에도 다양한 네트워크 설비가 동시에 필요해서다.
업계에서는 오이솔루션과 KMW가 국내 주파수 경매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큰 업체로 거론된다. 국내 통신사 대상 매출 비중이 적지 않아 설비투자 재개 시 실적 민감도가 높다는 이유다.
시험장비와 인빌딩 분야에서는 LIG아큐버와 쏠리드 등도 수혜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7년도 이후 국내에서도 신규 주파수 할당과 경매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2027년 주파수 경매 여부는 통신장비 업황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년간 5G 투자 공백으로 통신장비 업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3.7GHz 300MHz 규모의 신규 주파수가 실제로 풀릴 경우 수요는 늘지만 이를 공급할 업체는 과거보다 줄어든 구조가 만들어진다.
2019년 5G 상용화 초기에는 장비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2027년 주파수 경매가 현실화한다면 이번에는 '수요 회복'을 넘어 살아남은 상위 장비업체로 발주가 집중되는 더 강한 투자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