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넷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2위에는 각각 '언어의 온도'와 '자존감 수업'이 차지했다. 각박하고 뭔지 모를 불안감에 쌓인 우리 사회를 반영하듯 따뜻한 격려와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인기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두 책 사이에는 다른 공통점도 있다. 모두 1인 출판사가 출간한 책이다.
대형출판사들이 불황인 출판산업을 타개하고자 물량공세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출판 업계에서 1인 출판사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2015년 국내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출판사 중 1인 출판사는 76.1%나 차지한다. 개별 출판사만 보면 작아보이지만, 1인 출판 규모를 볼 때는 상당한 범위를 차지한다. 1인 출판사가 늘어난 이유는 출판업계의 불황이 가장 클 것이다. 기획, 작가, 역자, 디자이너, 교정, 인쇄,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인력을 운영하려다 보면 불황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전자출판도 1인 출판사를 급격히 늘리는데 일조했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모바일로 독자들이 책을 접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졌다. 웹소설, 뉴스기사, 텍스트 기반의 전문정보까지 모두 웹이 연결된 곳이면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전자책 전문 플랫폼도 나왔고, 브런치 같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고 인기 글을 모아서 출판하는 서비스도 즐비하다.
옆나라 일본 출판계는 어떨까. 연구자들은 일본어를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전세계 왠만한 책들은 다 일본어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기록하는 민족성이 있지 않은가. 에버노트와 같은 생산성 어플리케이션도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다. 일본 콘텐츠 시장은 디지털화가 전반적으로 느리다. 음악도 스트리밍보다 CD 시장이 훨씬 더 크다. 책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아직도 종이로 책을 즐긴다. 정교하고 정성드린 책들이 많이 나온다.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지지 않으면 나오기 힘들어 보이는 책들이 많다.
일본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일본 종이출판물의 매출규모는 1996년 2조 6천 억 엔에서 2015년 1조 5,220억 엔으로 감소했다. 서점은 1999녀 약 2만 2,000개에서 2015년에 1만 3,488개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본은 출판업계 스스로가 자구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출판사는 부록, 리사이즈 발행, 타깃층 변경 등 다양한 마케팅을 구사해 본다. 일본도 웹콘텐츠가 가져오는 시대적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일본에서도 모바일을 통한 웹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1인출판사 대표들이 만든 서적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자신만의 개성과 고민을 가지고 색깔 있는 책을 만들어 내는 일본 1인 출판사 대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출판인의 꿈과 희망, 치열한 고민과 말 못 할 속사정이 오롯이 담겼다. 불황을 타개할 비즈니스 전략보다는 각자가 가진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일은 눈 오니까 쉬자" 하고 말할 수 있는 사장이 몇이나 될까요. 사장조차 자유롭지 않은 회사에서 도대체 누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을까요? (도요다 쓰요시 대표)
파는 사람도 이 책을 좋아하고, 사는 사람도 한 권 더 사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작품을 (작가한테서) 받았으니 더 많은 분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다니카와 메구미 대표)
우리가 믿을 건 작가의 힘이 담긴 사진집뿐이에요. 즉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만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혀 줄 겁니다. (히메노 기미 대표)
-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일본 1일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중에서 (이미지=유유출판사)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에서 인터뷰한 대표들은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 이야기는 출판물로 줄 수 있는 가장 정성되고 감동적인 형태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시장상황, 마케팅비용, 수익률 모두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좋은 작품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컸다.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면서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막차 시간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어쩌다 보니 가마쿠라로 왔지만, 기분 좋게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저에겐 중요했어요 …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마음을 잊기 싫어서 의사 표명의 한 수단으로 띠지를 빼기로 했어요. 띠지가 있어야 잘 팔린다는 근거 없는 안도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우에노 유지 대표)
<하마유리 시절에>는 회전이 빠른 도심지에서 사고가 정지된 사람들에게 생각할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간했습니다. 저 자신도 일깨우면서요… 한 권 한 권 책을 낼 때마다 관련된 분들과 친해지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 기쁩니다. (기요타 마이코 대표)
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집에서는 엄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게 제 안에서 꼭 지키고 싶은 규칙이었어요. 설마 제가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 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림책 서가에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그림책 서가를 벗어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읽을거리에 '그림'이 있는 책이란 이미지요 …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앞으로 5년, 10년 팔고자 한다면, 제가 100퍼센트 만족하는 책이어야 일이 괴롭지 않아요. (야스나가 노리코 대표)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일본 출판사 대표들이 1인 출판사를 하는 이유에는 '삶의 가치관'도 녹아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맞춰야 하는 상황, 마감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고 싶은 환경을 찾아 1인 출판사 대표들은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
출판계가 불황인 현 상황에서 각 출판사 대표들은 자기만의 개성과 색을 가지고 독자적인 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본인들의 고민, 속사정, 가치관이 존재한다.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시작은 같다. 그들은 내가 바라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하기 위해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대형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나온 경우도 대다수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하나의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돈 벌이가 될 만한 수단은 출판뿐이지만, 출판 혹은 유통의 과정에 그들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
미시마 구니히로의 '미시마샤'의 경우를 보자. 미시마샤에서는 2년 전부터 웹 매거진인 ‘모두의 미시매거진’을 매일 발행한다. 웹 연재는 출판사가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모아 두면서 역할도 하면서 잡지 역할을 한다. 대부분은 무료 제공을 위해 과금제나 스폰서 제도로 운영하지만, 미시마샤는 독자 회원의 회비로 공동운영하는 서포터 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회원들에게는 매월 비매품 ‘종이판 월간 미시매거진’이 증정된다. 제작은 제지사와 인쇄소의 협력으로 재료비와 인쇄비를 무상으로 해준다. 대신 제조 현장에 회원들의 반응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미시마샤에서는 이를 분단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작은 증여경제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일본 1인 출판사는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힘쓴다.
1인 출판사들은 나름대로 생존의 법칙으로 존재한다. 부족한 일손, 자금, 시간 등 1인 출판사가 가진 한계는 혁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국내 출판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개인적 가치관과 개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표'가 된 이상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1인 출판사는 현재 어떤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국내 출판시장은 지속적인 불황에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중이다. 일본보다 1인 출판사는 e북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중이다. 웹소설과 같은 새로운 웹콘텐츠의 인기도 한몫한다.
e북은 전자책으로만 출판되는 경우와 종이책과 함께 출판되는 경우로 나뉜다. 요즘에는 기존에 출판한 종이책을 뒤늦게 전자책으로 출판하기도 한다. 종이책과 달리 출판에 대한 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어 출판사의 입장에서도 경제적이다. 소비자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웹 출판도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같다. 인터넷 상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손쉽고 빠르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잇점이 있다. 폭넓은 보급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출판사가 바로 1인 전자 출판사다. 1인 전자 출판사는 최소시간, 저비용으로 책을 출판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국내에서는 1인 전자 출판사 창업을 돕는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기성)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6 디지털북페어코리아`를 열고 부대행사로 웹툰·웹소설·전자출판 분야 청년 창업 연계 아카데미를 마련했다. 당시 전자출판 기초 교육 및 제작 실습의 강사였던 도서출판 길벗 디지털콘텐츠실 이광희 팀장은 실습 위주로 강의하여 효과를 극대화 했다. 그리고 이를 전자출판 1인 창업의 장려와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 외에도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대표 박주경)가 지난 5월 22일부터 시작해 오는 6월 23일까지 전자출판 전문가 양성과정 2기 교육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만큼 사람들의 전자출판 1인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웹 출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웹 매거진이었다.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개념이다. 최근 들어서는 웹 콘텐츠 시장이 발달하면서 웹 출판이 웹 콘텐츠, 특히 웹 소설과도 연관 지어진다. 웹 소설의 경우 기존 전자책과 같은 형태로 발간되지만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통 연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전에서 좀 더 발달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웹 소설은 단순한 웹 콘텐츠일 뿐이지 1인 출판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 속도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웹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인 웹 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도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출판사의 형태가 e북인지 출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감동이 중요하다. 1인 출판사 대표가 가진 가치관과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은 웹으로 된 세상이든, 종이된 세상이든 주인을 금새 찾게 될 것이다. 그 가치관과 개성을 존중하고 아껴줄 독자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