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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받아적기] 러시아에서 쏘아올린 감동적인 우주 휴머니티, ‘스테이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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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받아적기] 러시아에서 쏘아올린 감동적인 우주 휴머니티, ‘스테이션7’

이선기 기자

기사입력 : 2017-11-29 21:22

11월 2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언론배급시사회 감상평

[더파워=이선기 기자] 이제 우주는 그리 생소한 영역이 아니다. 몸은 가 보지 못했어도 우리의 두 눈은 우주를 기억한다. 우리는 그동안 2차원 스크린을 매개로 광활한 우주를 유유자적 탐험했다. 비록 영상기술로 빚어낸 상상력에 불과할지라도,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과학에 기반한 상상의 재현은 놀라울 정도다. 상상인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우주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곳.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을 만큼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영화의 변방, 러시아에서 날아온 한 우주정거장의 기적같은 사연을 주목해 보자. 그동안 SF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선사할 지도 모른다. 사상 최초의 우주정거장 수동 도킹 실화를 다룬 영화 <스테이션7>. 지난 2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언론배급시사회 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한 감동을 전달한다.

사진=영화사 진진
사진=영화사 진진

- 제목 : 스테이션7(원제 : SALYUT 7)
- 감독 : 클림 시펜코
- 주연 : 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 파벨 데레비앙코
- 장르 : SF, 드라마

영화 <스테이션7>은 1985년 러시아(구 소련)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던 냉전시대.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산물인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가 고장으로 궤도를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어력을 상실한 살류트 7호는 서서히 지구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 설상가상으로 경쟁 국가인 미국은 새로운 우주왕복선을 띄울 채비를 마친다. 이대로 추락한다면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국격마저 함께 추락할 수 있는 위기에 놓인다.

러시아는 고심 끝에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제어에서 벗어난 살류트 7호에 수동으로 도킹해 수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기꺼이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두 남자가 있었다.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와 엔지니어 빅토르는 사상 초유의 불가능한 미션을 위해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상상력을 넘어서는 리얼함

사진=영화사 진진
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스테이션7>의 특별한 점은 상상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것에 있다. 상상에만 의존해왔던 우주 영화들과는 달리,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우주 영화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1985년에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살류트 7호의 궤도 이탈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다.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빅토르는 실존하는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를 철저하게 고증했다. 우주선의 내부 모습부터 시대적 배경, 당시 그들이 느꼈던 감정과 행동 하나까지 사실에 기반해 영상으로 옮겼다. 여기에 더해진 러시아 특유의 냉기는 당시 소련에 내재돼 있던 냉전의 한기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전달한다. '소리없는 아우성' 냉전시대의 눈발이 얼마나 차가웠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눈발이 온 대지를 뒤덮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잠재워버린 느낌이다. 마치 러시아 특유의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묘사는 자극적인 상상력을 덮어버린다. 실화라는 점은 그 자체로 고요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뿜는다. <인터스텔라>의 긴장감과 <그래비티>의 화려한 효과 없이도 충분히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상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제작진은 사건 당사자들의 고증을 훼손하지 않고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대신 실사 제작을 시도했다. 기술로 무장한 화려한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한땀 한땀 빚어낸 실사로 비어있는 부분들을 덮었다.

사진=영화사 진진
사진=영화사 진진

제작진은 당시에 존재했던 장소와 장비들을 제공받아 실제와 똑같은 세트를 구현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비들은 실제로 그들이 과거에사용했던 장비들이다. 또한 무려 40분 분량의 영상을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카메라는 배우들과 함께 무중력 세트장을 떠 다니며 현장감을 그대로 담았다.

매우 철저했던 고증, 어쩌면 너무 철저했던 것은 아닐까

상상을 배제하고 실제를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점은 서사의 감동을 배로 만들었다. 인위적으로 부풀린 극적 서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배우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관객들은 시선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실화의 고증과 어우러진 사실적인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아닌 실제 현장처럼 받아들이게 만든다.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품만 챙기고 우주로 떠나는 두 주인공은 이후 어려운 위기를 차례 차례 헤쳐나간다.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도킹 이후에는 추위와 화재, 부족한 산소 문제와 외로움 등과 싸워나간다. 이들은 점점 생명을 조여오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임무를 수행해나간다. 실제 인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잔잔하지만, 그 울림은 거대하다. 순조롭지만 전형적인 클리세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사진=영화사 진진
사진=영화사 진진

하지만 고증이 너무 철저했던 탓일까. 시종일관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은 어쩌면 너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전래동화를 읽어주듯 진행되는 흐름은 따뜻한 감동을 살리기에는 최적의 방법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금은 더 극적으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주는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엔터테이닝 측면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스테이션7>은 감동 실화의 장본인이었던 블라디미르와 빅토르, 그리고 러시아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해 초점을 확실하게 가져갔다. 그로 인해 서사는 평온하지만, 그만큼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냉전이라는 역사적 한기 사이로 스물스물 피어나는 감동은 마치 한 잔의 따뜻한 커피처럼 추위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영화사 진진 배급했고, 12월 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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