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강율 기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정갑영)는 심화되는 입시 경쟁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한 ‘<나를 찾는 마음여행> 프로그램의 효과성 분석에 기초한 한국형 청소년 사회정서교육 모델 개발 연구’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니세프(UNICEF)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회정서교육(Social Emotional Learning, SEL) 자료를 국내 아동·청소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나를 찾는 마음여행’ 프로그램(여행 콘셉트의 연령별 마음건강 지원 자료)의 실제 학교 적용 효과를 검증하고,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모델’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효과성 검증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13개교, 4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 평균 점수는 사전 3.76점에서 사후 3.96점으로 유의미하게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 조절 ▲스트레스 관리 ▲문제 해결 ▲소통 능력 ▲자기 주장 ▲주관적 안녕감(삶의 만족도, 긍정적인 감정) 영역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학업 동기와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교육청 ‘마음건강학교’ 중 <나를 찾는 마음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6개교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한 결과, 프로그램의 질적 효과와 제도적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응답했고, 교사들 또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관계 변화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교사들은 과도한 교과 진도와 수행평가, 입시 준비 등으로 인해 정규 수업 시간에 사회정서교육을 통합 운영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단순한 프로그램 도입을 넘어선 구조적인 실행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사회정서교육을 내재화하기 위해 보편성, 통합성, 전문성, 적합성, 다층성이라는 ‘한국<wbr>형 사회정서교육 운영 원리’를 제시했다.
우선 ‘보편성’과 ‘통합성’의 원칙에 따라, 사회정서교육이 특정 위기 학생만을 위한 선별적 지원이 아닌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교육으로 확대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 개정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별도 과목 신설로 인한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자연스럽게 연계하거나 ‘사회정서주간’을 운영하는 등 교육과정 내 통합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과 ‘적합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습 중심의 연수 확대와 교사 학습 공동체 지원을 통해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사의 정서적 보호 장치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시·도 교육청이 학교별 특성에 맞는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자율 운영 계획을 설계·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 국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참여적 거버너스 구축을 뜻하는 ‘다층성’의 원칙을 제안하며, 사회정서교육이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다층적 지원 체계 속에서 운영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사회정서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 어린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이번 연구에 제안된 한국형 모델이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학생들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의 최종보고서 전문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아동권리 증진에 대한 역할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유일한 기관으로서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보건, 영양, 식수·위생, 교육, 보호, 긴급구호 등의 사업을 펼치는 유엔 산하기구이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러한 유니세프를 한국에서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유니세프아동친화사회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국내 어린이 권리를 증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