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대기업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오너가 있는 81개 그룹 가운데 오너일가가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65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은 24.4%로 집계됐다.
담보로 잡힌 주식 가치는 42조8228억원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받은 대출금은 8조4034억원이었다. 이번 조사는 담보대출과 납세담보, 질권설정을 모두 포함해 집계됐다.
오너일가 가운데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제공한 인물은 15명으로 나타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담보 비중이 높은 오너일가 상당수는 2·3세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와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담보 대출이 활발히 이뤄진 결과로 풀이됐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치가 가장 큰 인물은 조원태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4168억원 규모의 보유 주식을 전량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최창근 명예회장 2582억원, 박준경 사장 2574억원 순이었다.
대출금 규모로는 삼성 오너일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조57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757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3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자료=CEO스코어 제공
이밖에 최태원 SK 회장 4895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4127억원,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 3715억원, 구광모 LG 회장 3315억원, 정용진 신세계 회장 2700억원, 신동빈 롯데 회장 2569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 218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는 태영그룹 오너일가의 담보 비중이 가장 높았다. 태영 오너일가는 보유 주식 378억원 가운데 91.8%인 347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했다. 아이에스지주는 86.8%, 롯데는 81.6%로 뒤를 이었다.
이어 코오롱 59.9%, 한솔 56.8%, DB 53.9%, HD현대 52.4%, DN 52.4%, 금호석유화학 52.3%, 셀트리온 50.5%로 담보 비중이 절반을 넘는 그룹이 10곳에 달했다.
승계 작업에 따라 담보 비중이 크게 변한 그룹도 있었다. 신세계는 2024년 말 16.6%였던 담보 비중이 올해 3월 46.9%로 30.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한화는 같은 기간 54.7%에서 44.7%로 10.0%포인트 낮아졌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납세 담보로 설정했던 한화 주식 145만8000주 관련 담보 대출을 해소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현대자동차와 HDC, 넷마블 등 19개 그룹은 오너일가 주식 담보 비중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 주식담보가 유동성 확보와 승계 재원 마련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그룹별 재무 전략과 승계 일정에 따라 담보 구조의 차이도 뚜렷하게 갈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