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법인 명의 고가 차량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가 있는 법인들이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법인 소유 차량 사적 사용과 변칙 거래를 통한 법인자금 유출, 사주 자녀에 대한 편법증여 혐의 등이 있는 19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대상 법인들이 보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로, 가액은 약 300억원 규모다. 국세청이 파악한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고가 법인차량을 이용한 탈세 행태가 제도 변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24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지만, 일부 법인은 취득가액을 낮춰 신고하거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제도 적용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법인 승용차 신규등록 현황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은 2022년 4만8894대, 2023년 5만1542대에서 2024년 3만3960대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시 3만9429대로 늘었다.
국세청은 초고가 슈퍼카를 업무용 차량으로 신고한 뒤 실제로는 사주 일가가 개인 전용차처럼 사용한 사례를 포착했다. 일부 차량은 사주 자녀가 유흥주점, 클럽, 골프장 등을 방문하는 데 사용됐고, 이를 숨기기 위해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사주에게 법인 차량을 무상 이전하고도 법인 자산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장부에 허위 기재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법인 차량 사적 사용 문제를 넘어 법인자금이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과 재산 형성에 흘러갔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일부 사주 일가는 법인카드로 미술품, 명품 의류, 보석류, 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급 단독주택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구입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자료=국세청
주요 착수 사례에는 제조업체가 시세 3억원 이상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한 경우도 포함됐다. 해당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고가 차량을 구입해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하고, 고급 유흥주점 비용 약 15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약 60억원의 고액 급여를 과다 수취한 정황도 조사 대상이다.
특수관계법인을 활용해 자금을 빼낸 혐의도 있다. 한 사주는 배우자가 대표인 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 자금 약 200억원을 무상으로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주 일가 명의 해외금융계좌에 약 170억원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확인됐다.
자녀 회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이익을 넘긴 사례도 조사한다. 국세청은 한 법인이 기존 거래처와의 직접 거래를 중단하고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을 중간에 넣어 약 10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해당 자녀는 법인 명의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약 2억원의 가공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 유출 의혹도 있다. 한 법인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해외 법인에 광고비 명목으로 약 60억원을 송금하고 허위 광고비를 계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자금이 국외로 유출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자료=국세청
사주 자녀에 대한 편법증여 혐의도 세무조사의 핵심 축이다. 일부 법인은 해외 유학 중인 자녀의 귀국 시기에 맞춰 법인 명의로 약 3억원 상당의 수입 스포츠카를 추가 취득해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자금 여력이 없는 미성년 자녀가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사주와 공동 매입하면서 약 50억원의 취득자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들에게 수억원의 가공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법인 차량의 실제 사용 내역, 운행기록부 조작 여부, 법인카드 사용처, 특수관계법인 거래 구조, 자녀 자금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용, 증빙 조작, 매출 축소 등 고의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탈루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법인자금 부당 유출과 편법증여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