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성장세도 예상보다 확대된 만큼 불확실성을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관련 참고자료에 따르면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중동전쟁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반면, 성장세는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사태 전개와 파급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국내경제 성장 전망은 큰 폭으로 상향됐다. 한은은 올해 국내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전망치 2.0%보다 높은 2.6%로 제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 흐름이 성장세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4월 통관 기준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8.0% 증가했고, 일평균 수출도 48.0% 늘었다. 한은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의 영향이 다소 확대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경제가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장경로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 정도와 내수 파급 영향, 중동사태 전개, 통상환경 변화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물가 전망도 높아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2.6%로 상승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를 유지했지만,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을 나타냈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고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올렸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도 2.1%에서 2.4%로 상향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이어졌다. 국고채 금리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와 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크게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 영향으로 1500원 안팎까지 다시 높아졌다.
수도권 주택시장도 금융안정 측면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시 확대됐고 추가 상승 기대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은 제한적인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주택관련대출 증가 폭은 다소 커졌다고 봤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세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시장, 가계부채 상황에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는 금통위원 5명이 찬성했다.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