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관람객들이 ’올리브영 익스프레스’에 전시된 70여 개 중소 K뷰티 브랜드를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올리브영 제공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축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2일 화장품 업종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유럽 수출 확대와 미국 수요 지속을 근거로 업종 투자의견 ‘긍정적’을 유지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하반기 화장품 업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럽 수출 증가”라며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확장성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 화장품 전체 수출액은 5조4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유럽향 수출은 9545억원으로 78.7% 늘며 전체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유럽향 수출 비중도 17.6%까지 확대됐다.
국가별로는 폴란드, 영국, 네덜란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4월 폴란드향 수출은 682억원으로 105.6% 증가했고, 영국은 606억원으로 174.6% 늘었다. 네덜란드는 481억원으로 397.2% 급증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향 수출도 각각 15.7%, 68.9%, 106.1% 증가했다.
유럽 수출 확대는 기초화장품 중심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럽향 기초화장품 수출은 5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3% 증가했다. 반면 유럽향 색조화장품 수출은 518억원으로 27.1% 감소해 품목별 온도차가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유럽 수출 증가가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폴란드와 네덜란드는 유럽 내 물류·유통 허브 성격이 강한 국가로, 이들 국가향 수출 증가는 현지 소비뿐 아니라 재수출과 물류 거점 확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미국 시장도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미국향 화장품 수출은 1조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다. 4월에도 미국향 수출은 2953억원으로 35.5% 늘며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미국 현지 수입 데이터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입지는 확인됐다. 한국은 2024년과 2025년 미국 화장품 수입국 1위를 유지했으며, 미국 화장품 수입 내 한국 비중은 2024년 22.4%에서 2025년 24.7%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4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고, 비중은 23.5%로 프랑스와 캐나다, 이탈리아를 앞섰다.
다만 미국에서도 핵심 품목은 색조보다 기초화장품으로 분석됐다. 올해 1~4월 미국향 기초화장품 수출은 4913억원으로 27.3% 증가했다. 반면 색조화장품 수출은 537억원으로 56.1% 늘었지만, 전체 미국향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그쳤다. 입술화장품 수출은 677억원으로 13.2% 감소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은 하반기 변수로 제시됐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대형사는 한국 화장품식 제형과 사용감, 스킨케어형 메이크업 방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대형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자본력, 유통망, 마케팅력이 결합될 경우 한국 브랜드사의 차별화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국내 ODM·OEM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외주 활용을 확대할 경우, 국내 ODM사의 제품 개발 속도와 생산 대응력이 신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대형사의 반격은 브랜드사에는 리스크이자 ODM사에는 기회 요인”이라며 “한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넘어 재구매율과 채널 전략을 아우르는 본질적인 브랜드 체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화장품의 다음 과제는 단순 수출 증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 탄생 여부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스킨케어 상위 브랜드 대부분이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바이어스도르프 등 글로벌 대형사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은 규모가 커 0.5~1.0% 점유율만 확보해도 한국 브랜드의 매출 규모와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화장품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17.8배 수준으로 제시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수출 성장과 ODM 경쟁력을 이미 증명한 만큼, 앞으로는 글로벌 커버리지를 갖춘 브랜드 탄생과 글로벌 수주 확대가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하반기 최선호주로는 에이피알과 코스맥스를 제시했다. 에이피알은 미국 오프라인 채널을 울타에 이어 타깃, 월마트, 코스트코 등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유럽 온라인 초기 성과도 더해지고 있다. 목표주가는 50만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코스맥스는 신규 인디 브랜드와 글로벌 다국적 기업향 수주 확대가 기대 요인으로 꼽혔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 법인의 흑자전환 가능성과 중국 두 자릿수 성장 회복이 하반기 밸류에이션 회복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코스맥스에 대해서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5만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