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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가 갈아치운 구리…이번엔 ‘재고 부족’이 심상찮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10 15:05

COMEX 전기동 톤당 1만4925달러로 역대 최고치…LME 현물도 신기록
광산 증산 차질·중국 제련 감산 우려에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수요까지 겹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구리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광산 생산 차질과 제련소 감산 가능성으로 공급 여력이 좁아지는 사이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망 투자가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구리 시장의 수급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10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7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전기동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6.77달러, 톤당 환산 1만4925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5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 6.71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 전기동 선물도 지난 1월 말 기록한 최고치인 톤당 1만4527달러에 근접했고 현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간 기준 상승세도 뚜렷했다. 보고서 7쪽 비철금속 지표를 보면 7일 기준 LME 전기동 가격은 톤당 1만4240달러로 한 주 동안 2.9%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6.2%, 1년 전보다는 47.9% 뛰었다. 연초 대비 상승률도 16.2%에 달했다.

이번 상승의 출발점은 공급이다. 세계 주요 구리 광산에서 생산 증가가 예상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칠레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는 지진 위험으로 엘 테니엔테 광산 확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과 증산 지연 가능성이 이어지면서 신규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광산에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중국의 황산 수출 중단 등으로 글로벌 황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구리 제련소의 생산 감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 동정광 현물 제련수수료(T/C)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면서 현지 제련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하반기로 갈수록 감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빠듯해지는 동안 수요 쪽에서는 AI가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대규모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망과 변압기, 발전설비 등 전력 인프라 투자가 함께 확대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 전도성이 높은 구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구리 수요에 데이터센터가 추가되고 있다.

구리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의 전기동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COMEX 가격이 LME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미국으로 구리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재고가 쌓이는 대신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거래소 재고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7일 기준 LME 전기동 재고는 22만3000톤으로 전주보다 10.8% 감소했다. 2주 전 27만6800톤과 비교하면 약 5만3800톤이 줄었고 한 달 기준 감소율은 27.3%에 달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재고 역시 2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국이 구리를 끌어들이면서 글로벌 시장 전체의 물량이 부족해진 것은 아니지만 지역별 재고 불균형은 심화될 수 있다. COMEX 재고가 늘어나는 동안 LME와 중국 시장의 가용 재고가 감소하면 미국 밖에서 실제 거래할 수 있는 구리 물량이 빠듯해지고, 이는 다시 현물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의 움직임도 공급 불안을 키우는 변수다. 보고서에는 콩고가 구리와 코발트 정광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제련·가공 확대에 나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전략적 목적에 한해 예외를 허용할 예정이지만 주요 광산의 적용 여부에 따라 국제 구리 공급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구리와 달리 철강시장은 아직 뚜렷한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96만원, 철근은 87만5000원, 후판은 101만원으로 한 주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여름철 비수기와 휴가철 영향으로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중국 철강시장 상황은 더 약하다. 중국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3242위안으로 한 주 전보다 0.5% 하락했고 철근도 3142위안으로 0.5% 떨어졌다. 철광석 수입가격 역시 톤당 95.2달러로 하락했다. 수요는 부진한데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반등을 제약하는 구조다.

보고서 6쪽을 보면 중국 주요 철강제품 유통재고 합계는 1953만4000톤으로 전주보다 0.8% 늘었다. 철근 재고는 805만5000톤으로 1.5%, 열연 재고는 481만6000톤으로 1.3% 증가했다. 생산 조절에도 재고가 줄지 않으면서 중국 철강가격의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속시장 안에서도 주가는 차별화됐다. 지난주 국내에서는 POSCO홀딩스가 5.9%, 현대제철이 7.4% 상승했고 세아베스틸지주는 24.9% 뛰었다. 비철금속 관련 종목 가운데 고려아연은 10.7%, 구리 가공업체 풍산은 17.4% 상승했다. 반면 중국 바오산철강은 한 주 동안 6.0% 하락했다.

구리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는 결국 공급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광산 증산 지연과 중국 제련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구리 수요를 계속 끌어올릴 경우 단기간에 수급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하나증권은 광산 공급 증가 제한과 제련소 감산 가능성, 견조한 수요에 미국으로의 물량 집중까지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글로벌 전기동 수급이 빠듯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권에 올라섰지만 상승을 이끈 요인이 단순한 투자 수요보다 실제 공급과 재고의 변화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광산 생산과 거래소 재고 흐름이 가격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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