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손실보상 종합 개선…현장 안내서·SMS로 청구 방법 알린다
손해감정 자문단 도입하고 소액 청구 심의 간소화…국민 불편 줄이기
[더파워 이우영 기자] 가족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다. 뒤늦게 귀가한 집주인은 망가진 문을 발견했지만 현장에는 경찰관이 남긴 명함만 있었다. 경찰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발생한 피해인 만큼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정작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몰라 보상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경찰이 손실보상 제도와 청구 방법을 직접 안내하고, 소액 피해는 심의 절차도 간소화된다.
손실보상 제도 안내서/경찰청 제공
경찰청은 적법한 경찰 직무집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국민이 보다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10일부터 ‘손실보상제도 종합 개선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손실보상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문제를 줄이고 보상 심사 과정도 손질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 손실보상은 경찰관이 법에 따라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없는 국민에게 재산상 손실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금전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2014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 상황에서 이뤄지는 강제 개문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연락 두절 등을 이유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신변 확인을 위해 문을 강제로 열었지만 실제 범죄나 사고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집주인이 문 수리비 등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당사자가 현장에 없으면 제도 자체를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긴급 출동 과정에서는 경찰관이 충분한 설명을 하기 어렵고, 현장에 피해 당사자가 없으면 명함이나 연락처 정도만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정보 공백을 줄이기 위해 한 손 크기의 손실보상 안내서를 제작해 현장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피해 당사자가 자리를 비운 경우에는 안내문자(SMS)를 통해 손실보상 제도와 청구 방법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자료 2쪽에 공개된 안내서에는 손실보상의 개념과 보상 처리 흐름, 주요 인정·기각 사례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도 바뀐다. 경찰은 새로 ‘손해감정 자문단’을 도입해 손실 규모나 보상액 산정에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재산 피해의 적정 보상액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이나 손실액 산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전문적인 감정이 필요한 사안에 외부 또는 전문 자문을 활용해 보상 판단의 객관성과 신속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액이 크지 않은 소액 청구는 심의 과정도 줄인다. 피해 규모가 작은 사건까지 동일한 절차를 거치면서 보상 결정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개선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건은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경찰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피해가 자동으로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손실보상이 이뤄지려면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해야 하고, 피해자가 해당 경찰 조치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책임이 없어야 한다. 실제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도 확인돼야 한다.
가령 경찰의 적법한 긴급조치 과정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제3자의 재산이 파손됐다면 손실보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가 경찰의 정당한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까지 동일하게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선의 초점은 새로운 보상 대상을 대폭 늘리는 것보다 보상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데 맞춰졌다. 현장 안내부터 청구, 손실액 판단, 심의까지 절차 전반을 손본 이유다.
경찰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손실보상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적법한 경찰 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재산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 손실보상 제도의 개선 사항을 꾸준히 발굴해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