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만주 매입해 전량 소각…전체 발행주식의 약 3.3%
시장 예상 20~30조원 웃돌아…FCF 환원 기준도 ‘50% 이상’으로 상향
10월 기본·특별배당 포함 추가 정책 예고…“주주환원 성장주로 재평가”
/연합뉴스[더파워 이경호 기자]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이 예상했던 20조~30조원 수준을 크게 웃도는 데다 잉여현금흐름(FCF) 환원 기준까지 높인 만큼,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늘어나는 현금이 본격적으로 주당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보증권은 20일 SK하이닉스의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주주환원”이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지난 19일 장 마감 후 자기주식 2407만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 규모다.
자사주 취득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매입을 조기에 마칠 수 있으며 취득 완료 후 1~2주 안에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규모뿐 아니라 발표 시점도 예상보다 빨랐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조~30조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었고, 회사 역시 지난 7일 3분기 안에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실제 결정은 3분기 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달 중 나왔다. 교보증권은 이를 현재 주가가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과 향후 현금창출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주주환원 기준도 한 단계 올라갔다. SK하이닉스는 기존 2025~2027년 누적 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번 4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이 일회성 환원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메모리 업황 호조로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확대 여지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다음 분기점은 10월 말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시기에 맞춰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기본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환원 방식에서도 자사주 매입·소각의 비중을 높게 가져갈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당만 늘리는 방식보다 유통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당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교보증권은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이 2027년까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적이 늘어나면서 FCF가 확대되고, 늘어난 현금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하면 주식 수 감소에 따라 주당 가치가 다시 높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40조원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본업의 이익 전망도 주주환원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장기공급계약(LTA) 증가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교보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가 HBM뿐 아니라 D램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장기계약 확대가 실적 가시성까지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는 업황이 좋아지면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이후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호황기 높은 이익을 기록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지속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주주환원 강화가 의미를 갖는 것도 이 지점이다. 장기계약 확대를 통해 이익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늘어난 현금을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돌려준다면 기존 메모리 사이클과 다른 평가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생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관련 변화도 재평가 변수다. 교보증권은 향후 ADR 교환비율 확대와 주식 간 상호교환성(Fungibility) 개선 가능성까지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4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이후 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된 뒤 10월 추가 배당정책과 향후 FCF 증가분이 얼마나 추가 환원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교보증권은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메모리 업황 수혜주에서 벗어나 높은 현금창출력과 적극적인 자본배분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 모멘텀 강화와 AI 메모리 수요 확대, LTA 증가까지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향후 SK하이닉스의 평가 기준이 ‘주주환원 성장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