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증시 조정과 누적된 물가 부담 속에 소비자심리가 4개월 만에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한 달 새 5포인트 떨어졌고 향후 경기와 취업기회에 대한 기대도 나빠졌다. 최근 가파르게 올랐던 주택가격 상승 기대 역시 한풀 꺾였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 99.2까지 떨어진 뒤 5월 106.1로 반등했고 6월 106.6, 7월 106.8로 상승했다. 그러나 8월 다시 104.5로 내려서면서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다만 기준선인 100은 여전히 웃돌았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과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토대로 산출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심리를 구성하는 6개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CSI는 7월 93에서 8월 92로 1포인트 떨어졌고 생활형편전망CSI도 98에서 97로 낮아졌다. 가계수입전망CSI는 101에서 100으로, 소비지출전망CSI는 110에서 109로 각각 1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크게 나빠졌다. 현재경기판단CSI는 84에서 79로 5포인트 떨어졌다. 향후경기전망CSI도 92에서 89로 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지난 4월 68까지 내려간 뒤 5월 83, 6월 86으로 회복했지만 7월 84에 이어 8월 79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도 국내 증시 조정과 누적된 물가 상승 등으로 체감경기가 나빠지면서 소비자심리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생활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누적된 점도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고용시장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6개월 뒤 취업기회를 예상하는 취업기회전망CSI는 7월 89에서 이달 86으로 3포인트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125로 전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이 지수는 앞으로 6개월 뒤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가계 저축 여력에 대한 평가도 악화됐다. 현재가계저축CSI는 97에서 94로 3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가계저축전망CSI는 100으로 전월과 같았다.
현재가계부채CSI 역시 100으로 변동이 없었고 가계부채전망CSI는 98에서 97로 1포인트 하락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5개월 만에 꺾였다.
8월 주택가격전망CSI는 125로 전월 127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96에서 4월 104, 5월 112, 6월 120, 7월 127까지 빠르게 상승해왔다.
7월 지수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달 상승세가 멈췄다. 한은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과 주택 공급 대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지수가 여전히 100을 크게 웃돌아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많은 상황은 이어졌다.
물가 상승 기대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49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 1년간 실제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3.0%로 변동이 없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같았다.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6%로 변화가 없었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는 석유류제품을 꼽은 응답자가 50.2%로 가장 많았다. 농축수산물이 42.0%, 공공요금이 33.3%로 뒤를 이었다.
다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품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을 꼽은 비율은 7.9%포인트 뛰었고 집세는 3.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석유류제품을 선택한 비중은 7.3%포인트 감소했다.
세부 소비지출 전망에서는 교육비와 의료·보건비만 전월보다 상승했다. 교육비 지출전망CSI는 100에서 101로, 의료·보건비는 111에서 112로 각각 1포인트 올랐다.
반대로 여행비는 98에서 96으로 2포인트 하락했다. 내구재와 의류비, 외식비, 주거비도 각각 1포인트씩 떨어졌고 교양·오락·문화비와 교통·통신비는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임금수준전망CSI 역시 124에서 123으로 1포인트 하락했다. 1년 뒤 임금이 현재보다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했지만 상승 기대는 소폭 낮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