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3.4~3.6% 전망…수출·소비도 추가 긴축 견딜 여력
가계신용 2019.8조 사상 최대…10월로 미룰수록 금융불균형 부담
금통위 이후 국고 3년은 ‘재료 소진’ 가능성…장기물은 공급 부담 남아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지 한 달 만에 다시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 연속 금리 인상은 경기 부담을 키울 수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다리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물가는 다시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고 가계신용은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수출과 소비는 예상보다 버티고 있다. 경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할 정도로 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와 부채 위험은 다시 커지는 묘한 조합이 만들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2.75%에서 3.00%로 25bp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월 인상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높인 뒤 4분기부터 누적 긴축 효과를 확인하는 시나리오다.
8월 추가 인상론을 밀어 올리는 첫 번째 숫자는 물가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시급성은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8월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보다 3.4~3.6%까지 높아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물가 상승률이 1.7%에 불과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먼저 작용한다. 당시 휴대전화 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크게 떨어졌고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1.3%까지 낮아졌다.
올해는 지난해의 가격 인하 효과가 사라진다. 물가가 전월보다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전년 동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다시 변수로 들어왔다. 최근 브렌트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대로 올라오면서 7월 물가를 끌어내렸던 석유류 가격이 8월에는 반대로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폭염과 집중호우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여름철 농산물 출하가 줄면 채소와 과일 가격이 뛰고, 이는 소비자가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를 빠르게 밀어 올릴 수 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것은 단순한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아니다.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은 1.1% 늘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분기보다 3.6% 증가했다. 수출가격과 수입가격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실질 구매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공급 충격만으로 물가가 뛰는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은 어느 정도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와 서비스가격까지 함께 움직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도 8월 인상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연합뉴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 전년 동기보다 3.7% 성장했다. 특히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6.0%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14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에는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영향을 함께 봐야 하지만 적어도 3분기 초반 경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98.8%, 컴퓨터 주변기기가 242.1% 증가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수출축이 추가 금리 인상을 버틸 정도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비에서도 뚜렷한 침체 신호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7월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 동월보다 3.7% 증가했다. 6월 6.0%보다 증가율이 낮아졌고 백화점 카드승인액 증가율도 13.3%에서 6.6%로 둔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카드승인액이 이미 6.3% 증가했던 높은 기저를 감안하면 단순한 증가율 하락만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4년 7월과 비교하면 올해 카드승인액은 약 10.2% 증가한 수준이다. 2년으로 나눠 보면 연평균 약 5%씩 늘어난 셈이다.
주간 카드 사용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7월 카드 이용금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주별로 마이너스 15.2%에서 플러스 20.4%까지 크게 움직였지만 5주 평균은 5.7%였다.
8월 초에도 5.4% 증가했다. 휴일과 결제일, 고액 결제 등에 따라 주간 숫자가 크게 흔들렸을 뿐 소비 자체가 수축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2분기 전체 카드승인액도 33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개인카드는 273조7000억원으로 7.4%, 법인카드는 63조4000억원으로 8.7% 늘었다.
결국 최근 소비는 ‘붕괴’보다 ‘강했던 상반기 이후 속도 조절’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추가 금리 인상을 미뤄야 할 만큼 소비가 빠르게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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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융불균형은 더 뚜렷해졌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해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24조9000억원 늘어난 189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관련대출이 12조2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2조8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주식 투자 등을 위한 신용공여까지 함께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리가 이미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주택대출과 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곧바로 동결로 돌아설 경우 정책 신호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빚을 줄이라고 압박하는데 중앙은행은 금리를 그대로 두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가계가 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통위가 고민해야 하는 질문은 ‘8월에 올리면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가’보다 ‘10월까지 기다렸을 때 무엇을 잃을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8월에 금리를 올리면 소비심리가 추가로 약해지고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부 내수업종과 금융시장에도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10월까지 기다리는 경우에도 비용이 있다. 8~9월 물가 상승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주택과 주식 등 자산시장 레버리지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7월 인상의 정책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바로 멈춘다면 시장이 7월 인상을 일회성 대응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에는 시차도 존재한다.
7월 금리 인상은 채권과 외환시장에는 즉시 반영되지만 가계의 차입과 소비, 기업의 투자, 실제 물가에는 몇 달 뒤부터 영향을 준다.
8월까지 연속해서 50bp를 인상하면 9~10월부터 누적된 긴축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반면 8월에 쉬고 10월에 다시 올리면 기준금리 3.00%의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는 시점은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밀릴 수 있다.
그 사이 물가와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 한국은행은 다시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8월 소비심리가 약해진 것은 연속 인상의 가장 현실적인 반론이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월 106.8에서 8월 104.5로 낮아졌다.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 생활형편과 소비지출 전망도 함께 약화됐다.
하지만 지수는 여전히 장기평균인 100을 웃돌고 있다. 비관 영역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
더구나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7%로 유지됐고 물가수준전망 역시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에 대한 심리는 약해졌지만 물가에 대한 불안은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이 27일 실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채권시장의 반응은 만기별로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국고채 3년물은 이미 8월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금통위 직후 오히려 재료 소진에 따른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이 3.25~3.50%까지 열려 있다면 단기 금리가 추세적으로 떨어지기도 어렵다.
국고채 10년물은 기준금리보다 재정과 국채 공급, 미국 장기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전망이다. 금통위가 끝난 뒤 단기물과 함께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더라도 공급 부담이 남아 있는 만큼 금리 하락이 오래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30년물은 상황이 더 까다롭다. 보험사의 초장기채 수요가 구조적으로 약해진 가운데 공급 부담까지 존재해 상대적인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금통위 직전에는 추가 인상을 경계해 단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오르는 플래트닝이 나타날 수 있지만 결정 이후에는 단기물의 재료 소진과 장기물 공급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률 곡선이 다시 가팔라지는 스티프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8월 금통위의 핵심은 단순히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릴 것인지에만 있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금의 물가와 가계부채를 어느 정도 위험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긴축 사이클의 최종금리를 어디까지 열어둘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7월 물가는 내려왔지만 다음 달 숫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소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아직 꺾이지 않았고, GDP와 수출은 예상보다 강하다. 그 사이 가계신용은 20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를 더 올리기 좋은 환경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기다리기에도 편하지 않은 숫자가 동시에 쌓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금통위의 선택은 ‘경기를 살릴 것인가, 물가를 잡을 것인가’라는 전통적인 양자택일과 조금 다르다. 경기가 추가 인상을 견딜 수 있을 때 물가와 가계부채 위험을 먼저 눌러놓을 것인지가 핵심이다.
10월까지 두 달을 더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한 차례 더 올리고 4분기에 효과를 확인하자는 ‘8월 연속 인상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