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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아나고 원화도 강해졌다…음식료株, 3분기부터 ‘진짜 옥석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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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아나고 원화도 강해졌다…음식료株, 3분기부터 ‘진짜 옥석가리기’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0 09:10

4월 이후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4개월 연속 증가…장기 부진 뒤 소비 회복 신호
2분기 KT&G·농심·롯데웰푸드·빙그레 잇달아 시장 기대 웃도는 실적
원·달러 6월 평균 대비 9월 초 11% 하락…수입 곡물 원가에는 긍정적
해외매출 비중 삼양식품 80%·오리온 65%…환산 부담 따라 업체별 차별화

[더파워 이경호 기자] 음식료 업종에 오랜만에 두 가지 우호적인 바람이 동시에 불고 있다. 내수 소비가 장기간의 부진을 벗어나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원화까지 빠르게 강세로 돌아서면서 수입 원재료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원화 강세=음식료주 전체 호재’로 단순하게 볼 수는 없게 됐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난 기업은 원재료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동시에 해외 실적을 원화로 환산할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효과도 함께 받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평균과 비교한 9월 1~8일 환율은 원·달러가 약 11%, 원·위안은 10%, 원·베트남동은 10%, 원·루블은 24% 하락했다. 음식료 기업의 핵심 원재료인 소맥과 옥수수, 대두, 원당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원화 강세 자체는 원가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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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료 업체들이 환율에 민감한 이유는 원재료 구조 때문이다. 밀가루와 전분, 식용유, 설탕 등 주요 원료 가격은 국제 곡물가격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같은 달러 가격의 원재료를 사더라도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원화 기준 구매비용은 내려간다. 원가율이 높은 음식료 기업에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이번에는 원가뿐 아니라 내수도 바닥을 통과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다.

장기간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기저효과 이상으로 소비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우호적인 날씨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음식료 판매 회복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적은 이미 먼저 움직였다. 2분기 KT&G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5% 웃돌았고 농심은 16%, 롯데웰푸드는 35%, 빙그레는 26% 상회했다. 삼양식품도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놨다.

실적 개선은 2분기에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1분기에도 KT&G와 농심, 롯데칠성,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빙그레 등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다만 당시 증시 자금이 반도체로 강하게 쏠리면서 음식료주의 실적 개선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이제 내수 개선과 환율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음식료주의 실적을 다시 평가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원화 강세의 수혜 강도가 기업마다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 음식료 업체는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원재료는 해외에서 사오는 사업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원화가 강해지면 수입 비용은 줄고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돼 업종 전체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K푸드 성장과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거치면서 주요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다.

2025년 기준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오리온은 65%,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은 51%, KT&G 담배사업은 50%, 농심은 해외법인과 수출을 합쳐 44% 수준이다.

롯데칠성 역시 해외 비중이 44%에 달한다. 반면 롯데웰푸드는 23%, 빙그레는 20%, 하이트진로는 1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국내 매출 비중이 높다.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원화 강세가 양날의 검이 된다. 수입 원재료 가격은 낮아지지만 달러나 위안, 베트남동 등으로 벌어들인 매출과 이익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산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삼양식품처럼 수출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은 과거의 전형적인 ‘원화 강세 수혜주’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반대로 국내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환율 하락의 원가 절감 효과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가져갈 수 있다.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가 롯데웰푸드 양평동 본사 대강당에서 전사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가 롯데웰푸드 양평동 본사 대강당에서 전사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대표적이다. 국내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연간 영업이익이 약 25억원 개선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환율만 좋은 것도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과 구매, 생산, 물류 전반의 비용구조를 개선하면서 약 700억원의 구조적인 이익 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 개선이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인도가 성장축이다. 현지 건과·빙과 사업이 모두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판매지역 확대와 생산능력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 음식료 기업의 환율 수혜가 단순한 원재료 가격 하락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체질 개선과 해외 성장까지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밸류에이션 격차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근 주가가 올랐지만 롯데웰푸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4년 인도 성장 기대가 부각됐을 당시 약 13배까지 재평가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인도 법인의 성장률은 10% 안팎이었다. 현재는 2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과거보다 해외 성장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른 음식료 기업들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수출과 해외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는 기업은 원화 강세로 원재료비 절감과 환산손실이 동시에 발생한다. 결국 어느 효과가 더 큰지가 실적을 결정한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가 절감 효과를 상대적으로 온전히 가져갈 수 있지만 국내 소비가 다시 둔화한다면 환율 효과만으로 장기간 높은 이익 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음식료 업종의 핵심은 ‘원화가 얼마나 강해지는가’보다 각 기업의 매출과 원가가 어떤 통화에 노출돼 있는지를 따지는 데 있다.

해외 매출이 달러로 발생하고 원재료도 달러로 조달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환율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매출 비중은 높은데 원재료만 수입하는 기업은 원화 강세의 이익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내수까지 회복세를 이어간다면 음식료주는 지난 몇 년간의 디레이팅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실제 음식료 업종은 해외 성장과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 가격 인상 등 구조적인 성장 요인이 확인될 때 PER이 10배 안팎에서 20배 수준까지 확대된 사례가 있다.

결국 이번 음식료주 반등을 단순한 환율 테마로 보기에는 변화가 더 많다. 1분기부터 이어진 실적 개선에 내수 회복이 붙었고, 이제 원화 강세가 원가 부담까지 낮추기 시작했다.

다만 해외 사업 확대가 빨랐던 만큼 수혜는 과거처럼 업종 전체에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수입 원가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해외 매출의 환산 부담은 얼마나 큰지, 국내 소비 회복을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기업별 주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라는 같은 바람이 불어도 음식료 기업마다 체감하는 방향은 다르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도 단순한 ‘환율 수혜주’에서 원가 절감과 내수 회복, 해외 성장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을 찾는 쪽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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