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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ODA 57% 줄였다…세계 원조 23.1% 급감, ‘지원’서 ‘투자’로 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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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ODA 57% 줄였다…세계 원조 23.1% 급감, ‘지원’서 ‘투자’로 판 바뀐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5 08:55

2025년 DAC 회원국 ODA 1743억달러…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 감소
미국만 380억달러 삭감해 전체 감소분 75.1% 차지…독일 첫 최대 공여국
무상원조 29.1% 줄었지만 민간지원수단 13.1% 증가…개발금융 비중 확대
독일은 자국기업 연계, 미국은 DFC 강화, 일본은 제안형·안보협력으로 재편

[더파워 이경호 기자]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단순한 예산 축소를 넘어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무상원조와 인도적 지원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개발금융과 민간투자 연계 수단은 오히려 확대되면서, 개발협력의 무게중심이 ‘지원’에서 ‘투자와 국익’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5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2025년 ODA는 1743억달러로 전년보다 23.1% 감소했다. ODA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이다. 규모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된 2015년 수준으로 후퇴했고, 국민총소득(GNI) 대비 비율도 0.26%로 전년보다 0.08%포인트 낮아졌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감소는 일부 국가에 집중됐다. 독일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감소분의 95.7%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단독으로 전체 감소분의 75.1%를 차지했다.

미국 ODA는 전년보다 56.9% 감소한 289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약 380억달러가 한 해 사이 줄어든 것으로 공여국 기준 역대 최대 감축이다. 독일도 17.4% 줄었지만 290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잠정치 기준 처음으로 세계 최대 공여국에 올랐다. 다만 미국과의 격차가 1억3500만달러에 불과해 최종 통계에서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 줄었느냐’다. ODA는 통상 난민이나 인도적 위기처럼 특정 상황에 따라 연도별 규모가 크게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개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기술협력까지 전년 대비 26.3%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를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개발협력 본체의 축소로 평가했다.

양자 ODA는 26.4% 줄었고 무상원조는 29.1% 감소했다. 인도적 지원은 35.8%, 국내 난민 지원은 22.1% 줄었다. 반면 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활용하는 민간지원수단(PSI)은 13.1% 증가했다.

다자기구 지원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유엔(UN)에 대한 지원은 27.0% 감소했지만 세계은행은 6.4%, 지역개발은행은 11.9% 늘었다. 국제규범과 인도주의 중심의 UN 지원은 줄고 투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은행 지원은 확대된 셈이다.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곳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대한 ODA는 26.3%, 최빈국 지원은 25.8% 감소했다. ODA 총액 감소가 취약국에 더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공여국들은 예산을 줄이는 동시에 개발협력의 목적도 다시 쓰고 있다. 독일은 2026년 개발정책 개혁안을 통해 ‘경제협력 촉진’을 4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

독일 정부는 다자기구와 국제개발 사업 입찰에서 독일과 유럽 기업의 참여 장벽을 낮추고, 사업 기획 단계부터 자국 기업의 사업 기회를 고려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략 원자재 협력을 강화하고 수출기업을 위한 금융·위험완화 수단도 확대하기로 했다.

신흥국과의 관계도 일방적인 지원에서 상호호혜형 경제협력으로 바꾸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페루, 베트남 등 신흥국에는 무상원조보다 대출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기후·환경과 경제협력 이외 사업은 점차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은 변화 폭이 더 크다. 미국 정부는 국제개발처(USAID)의 독립기관 기능을 종료하는 동시에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권한과 재원을 확대했다. 개발협력을 전통적 원조보다 투자와 개발금융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이 기관 구조 자체에 반영됐다.

DFC의 권한은 2031년 말까지 연장됐고 우발채무한도는 기존 600억달러에서 2050억달러로 확대됐다. 에너지와 핵심광물·희토류, 해저케이블 등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는 고소득 국가까지 투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범위도 넓어졌다.

일본도 방향은 다르지 않다. 일본은 협력국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자국이 강점을 가진 사업을 먼저 제안하는 ‘제안형 협력’을 도입해 공급망과 회랑 개발, 자원협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ODA와 별도로 안보 분야를 지원하는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SA)을 도입했다.

결국 글로벌 ODA의 변화는 단순히 돈이 줄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상원조와 인도적 지원은 줄고, 민간자본과 개발금융, 공급망과 자국기업, 안보 이해관계를 결합하는 방식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개발협력이 ‘얼마나 많이 주느냐’에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자국 산업과 어떻게 연결하느냐’로 이동하면서 ODA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2025년 23.1%라는 기록적인 감소 폭은 이 변화가 이미 예산과 사업 구조까지 내려왔음을 보여준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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