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한국 업체와 협업한 YSL 쿠션 미국서 큰 인기"…서구권 쿠션 시장 확장 가능성
K뷰티 글로벌 스킨케어 점유율 아직 3~4%…한국 브랜드 평균 30% 성장 평가
9월 유럽향 화장품 수출 91.7%↑·美 한국산 수입 62.9%↑…지역 다변화 가속
2027년 더마·두피케어까지 확장…'브랜드 수출' 넘어 카테고리 자체를 키우는 단계로
[더파워 이경호 기자] K뷰티의 해외 확장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가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쿠션 파운데이션과 더마 화장품, 두피케어처럼 서구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제품군까지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쿠션 제품이 흥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 브랜드만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화장품 업체가 만든 제품 형태와 제조 기술 자체가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서구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에스트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레알은 지난 22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뷰티의 성장세와 한국 화장품 제조사의 영향력을 직접 언급했다. 로레알 측은 한국 업체와 협업해 출시한 YSL 쿠션 파운데이션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서양에서 쿠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제품의 제조사가 코스맥스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미 랑콤과 맥,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에 쿠션 제품을 ODM 방식으로 공급해 왔으며 2025년까지 누적 글로벌 쿠션 판매량은 8억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쿠션의 가장 큰 한계는 서구 소비문화였다. 국내와 동아시아에서는 빠르게 대중화됐지만 퍼프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었고, 이 때문에 글로벌 판매도 아시아 시장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
미국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쿠션이 흥행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제품력과 사용 편의성이 검증된 만큼 소비자 인식이 바뀌면 럭셔리 브랜드부터 인디 브랜드까지 쿠션 제품을 확대하면서 한국 ODM 업체의 공급 기회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쿠션 시장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K뷰티의 해외 성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평균적으로 약 30%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브랜드를 합쳐도 3~4%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셈이다. 기존 브랜드의 판매 확대뿐 아니라 유통채널과 국가, 제품 카테고리가 넓어질수록 추가 성장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 수출 흐름에서도 지역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9월 유럽향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억906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1.7% 증가했고 중남미 수출도 4180만달러로 117.0% 늘었다.
미국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의 전체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1.6% 증가한 6억9400만달러였지만 한국산 수입액은 2억1600만달러로 62.9% 늘어 전체 시장보다 훨씬 빠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K뷰티의 다음 확장축은 스킨케어 안에서도 더 세분화되고 있다. 세라마이드와 판테놀,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을 거쳐 국내에서는 병풀과 테카, PDRN 등 특정 유효성분을 전면에 내세운 더마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스트라와 일리윤은 올해 합산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고, 에스트라의 아토베리어 크림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80%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국제약의 마데카크림도 7월 기준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고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동국제약 센텔리안24
동국제약 센텔리안24는 이달 아마존 프라임 빅딜 데이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04% 증가했다. '360도 샷 PDRN 리프팅 아이크림'은 아이 트리트먼트 크림 부문 1위에 올랐고 마데카 크림 타임 리버스도 페이스 모이스처라이저 부문 상위권에 진입했다.
스킨케어에서 축적한 K뷰티의 강점은 헤어, 특히 두피케어로도 이동하고 있다. 북미 두피케어 시장은 전체 헤어 시장보다 약 3배 빠른 연 30%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26년 들어 K헤어 관련 소셜 검색량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은 약 136조원, 미국 시장만 약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단 1%의 점유율만 확보해도 약 2700억원 규모가 되는 시장으로, 스킨케어에 비해 절대 규모가 작지 않다.
특히 북미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은 글로벌 대형 브랜드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 한국 업체에는 기회로 꼽힌다. 기본 샴푸와 컨디셔너 시장에서는 대형 브랜드의 영향력이 강하지만 고가 제품과 두피케어 영역은 브랜드가 파편화돼 있어 신규 업체가 침투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크다.
아로마티카의 PDRN 스칼프 세럼을 비롯해 닥터그루트와 미쟝센, 라보에이치 등 국내 브랜드들도 두피와 모발을 세분화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비듬이나 건선을 관리하는 기존 서구권 두피 제품과 달리 스킨케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관리 방식과 유효성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K뷰티의 해외 성장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성공한 스킨케어 제품을 미국과 일본에 판매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쿠션처럼 한국에서 만들어진 제품 형태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채택하고, 더마와 두피케어에서는 새로운 소비 습관 자체를 해외 시장에 만들어가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로레알의 3분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시장 변화가 확인된다. 더마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고 프로페셔널 제품은 19.1% 늘어 전체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로레알 역시 더마 시장이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헤어케어가 프로페셔널 사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뷰티 입장에서는 아직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것만이 과제가 아니다. 쿠션과 PDRN, 두피케어처럼 한국 업체가 경쟁력을 가진 제품군이 서구 시장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경우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2027년 K뷰티의 새로운 승부처가 단순한 '수출 증가'보다 카테고리 확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서 시작된 쿠션의 변화가 실제 대중화로 이어지고 더마와 두피케어까지 소비 영역이 확대된다면 K뷰티의 다음 성장 단계는 한국 브랜드 몇 곳의 흥행이 아니라 서구 화장품 시장의 제품 구성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