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 이모씨(23)가 필리핀 현지 괴한들에 납치된 뒤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필리핀 한인 유학생이 현지인들에게 피랍돼 살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3일 필리핀에서 20대 중반의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필리핀 경찰에 총력 수사를 요청하고 최선을 다해 석방 노력을 했으나 어제 납치범 은거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해 여대생 이씨는 지난달 3일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택시 안에서 납치됐다.
필리핀 경찰 당국은 피랍 직후부터 현지에 파견된 한국경찰(코리안데스크·한국인 관련 범죄 전담팀)과 함께 비공개 공조 수사를 벌여 왔고 8일 밤 납치범 중 1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 납치범을 심문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은거지를 수색한 결과, 현장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현지에서 함께 유학하고 있던 이씨의 남동생이 현지 경찰과 함께 시신을 확인한 결과 A씨가 입고 있었던 복장과 일치했다고 외교부 측은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범 일원이 살해된 채 발견됐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내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피랍자도 그때 피살된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하진 않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파견 근무 중인 '코리안데스크' 서승환 경감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사건 자체는 3월 3일 발생했다. 21시 20분경 피해자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와 택시를 탄다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뒤 4시간 정도 지난 12시 40분경에 친구에게 전화해서 자신이 납치됐다고 말을 한 이후에 필리핀인 용의자가 전화를 받아서 10만 페소, 우리 돈으로 2억 4000만 원 정도를 요구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9명의 용의자 중 1명을 검거하는 데 일조한 서 경감은 숨진 여대생이 표적이 된 이유와 관련해 "처음부터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피해자를 납치한 게 아니라 그냥 단순 택시강도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것"이라며 "외국인이고 여자이다 보니까 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강도사건에서 인질납치사건으로 전환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의 숫자는 4명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인 유학생이 현지인에게 피랍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피살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 건수는 2009년 이후 현재까지 40건에 이르고 있다. 필리핀 교민은 8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유학생은 3만여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