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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인문학] 동화로 어른 마음속에 잠든 사유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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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인문학] 동화로 어른 마음속에 잠든 사유를 깨우다

윤은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

기사입력 : 2017-03-16 14:21

발터 베냐민은 “비상사태에 직면한 사람이 선택하는 무기가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동화 넘어 인문학> / 저자 : 조정현

[웹인문학] 동화로 어른 마음속에 잠든 사유를 깨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백설 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 많은 동화책의 내용들은 우리가 읽지 않았더라도 대충은 알고 있다. 그만큼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었고, 또 동화책을 선물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도대체 동화에는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대대손손 널리 익히며 사랑받는 것일까?

동화에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란 어린이가 자라면서 부딪히게 될 많은 갈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만의 렌즈와 같은 것일 게다. 그것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겪게 될 수많은 역경과 고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정신적 무기가 된다.

19세기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나 <미운 오리 새끼> 뿐만 아니라 기원전 500년에 살았던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이 오늘날에도 읽히는 이유, 국가와 세대와 성별을 떠나 지금까지도 동화가 전해 오는 이유, 자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동화를 읽게 하는 이유, 이 모든 '이유'는 바로 그 ‘무언가’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문학이기 때문이리라. 발터 베냐민이 말한 인생가운데 강력한 무기로 남는 '인문학'이 동화속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동화 작가인 조정현은 <동화 넘어 인문학>을 통해 “인문학에서 말하는 얘기들이 이미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 다 들어 있다”라고 하며, “동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조정현은 17편의 동화를 통해 차가운 세상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어른들의 마음을 단단히 조여 주고, 살아갈 힘을 불끈 쥐어 주는 단단한 무기를 인문학 책과 함께 말한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갑을 왜 일찍 열지 못했을까?

성냥팔이 소녀는 죽기 직전에야 성냥갑을 열어 불을 피운다. 그리고 성냥불 속에서 맛있는 칠면조와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돌아가신 할머니를 본다.

이 지점에서 동화작가 조정현은 새로운 렌즈를 들여다 놓는다. 소녀가 자신을 따뜻하게 덥혀 줄 성냥이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고.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산업혁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그 시기에, 소녀는 성냥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었다. 그러니 어린 소녀가 감히 성냥을 꺼내 쓸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죽을 것처럼 외롭고 가난한 삶을 살지라도 성냥팔이 소녀보다는 빨리 우리 안의 성냥(인문학)을 알아채자”고 말이다.

이번에는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를 보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백설 공주는 그 미모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 그녀를 괴롭히는 마녀는 어떠한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쁘다는 데도 성에 차지 않아서 백설 공주를 없애려고 안달이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여성은 미모 순위에 의해 행복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마녀의 거울이 미모 순위를 정해준 순간부터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백설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위험에서 구출되고, 그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며 동화는 끝을 맺는다.

우리가 생각하게 될 지점은 여기다. 그 후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생활은 행복했을까?

[웹인문학] 동화로 어른 마음속에 잠든 사유를 깨우다

조정현 작가는 그들의 결혼 생활이 행복했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백설 공주가 난관에 부딪힌 것도, 훗날 난관을 이겨낸 것도 오로지 ‘거울’이 정한 ‘미모’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백설 공주는 결혼한 후에도 ‘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으리라. 왜냐하면 그녀 또한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젊은 여인에게 그 미모를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미모만이 지상 최고의 진리인 듯 말하는 사회에서 백설 공주가 과연 아름다움을 잃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 백설 공주와 마녀를 불행하게 만든 ‘거울’의 역할은 묘하게도 지금의 ‘텔레비전’과 연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해 주고, 시청자는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가 스쳐진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 사회를 비판한다. 스펙터클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현란한 구경거리다. 그리고 마녀가 거울에 지배되어 불행했듯이, 스펙터클에 지배된 삶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등으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동화로 어른 마음속에 잠든 사유를 깨우라.

동화가 개인사에 깊이를 더할 인문학 창고에서 이제는 사회에 대한 깊은 사유를 더할 그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지=디즈니 미녀와 야수 포스터)
(이미지=디즈니 미녀와 야수 포스터)

최근 디즈니는 1991년 자사의 30번째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해 최근 개봉했다. 헐리우드의 대세배우로 떠오르는 엠마왓슨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만든 <미녀와 야수>는 2017년 상반기 가장 핫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녀와 야수>는 1740년 프랑스작가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Gabrielle-Suzanne Barbot de Villeneuve)가 처음 발표한 문학작품이다. 이후, 1756년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Jeanne-Marie Le prince de Beaumont)이 빌레느브의 것을 요약해 재출간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내면의 진실함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이 작품은 후에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주요 작품으로는 1945년 장 콕토(Jean Cocteau)가 각색한 영화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Bete)>와 1991년 월트디즈니(Walt Disney)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가 있다.

2017년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는 이전 작품과 같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야 한다는 괘를 같이 한다. 그러나, 2017년 엠마왓슨의 <미녀와 야수>는 더 나아간다.

디즈니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는 과거부터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한 미화가 담겨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인질로 잡힌 여자가 범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엠마왓슨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는 처음부터 본인이 이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야수와 언쟁하고 싸운다."고 했다. <미녀와 야수>는 이 밖에도 페미니즘, 동성애 등 현재 사회적 이슈를 곳곳에 숨겨놓으며 어른들의 사유를 자극한다.

어릴 적에 읽은 동화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교훈이라고 해봤자,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이었다.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의 맛은 다르다. 어릴 적에 모르고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수많은 경험을 겪어 왔기 때문이리라.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 그리고 동화 속에서 찾은 인문학, 인문학에서 깨닫는 삶에 대한 새롭고 지혜로운 시선.

동화책은 우리가 비록 백조가 될 수 없는 미운 오리 새끼였어도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내 안에 이미 들어 있는 인문학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어른의 삶에서 만나는 동화는 환타지에서 고난을 이겨낼 무기를 건네는 무기고다. 지금 책장에 묻어 둔 <어린 왕자>가 눈에 들어온다.

윤은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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