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선기 기자] [웹툰 삼(三)층 분석]은 국내 인기 웹툰을 '일층'부터 '삼층'까지 층별로 계단을 올라가듯 심층분석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웹툰 분석 코너입니다. 일부 작품 이야기 전개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웹툰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과거 웹툰의 인기를 이끌었던 ‘웹툰 1세대'들의 초기 작품들이 최근 줄줄이 앙코르 연재되기 시작했다. 조석, 김규삼, 황준호, 하일권, 주호민 등 지금의 웹툰을 있게 해 준 역대 흥행 작가들의 초기작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온 열혈 독자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첫 주행을 시작한 독자에게는 새로운 행운을 선사할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1세대 웹툰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물건이다. 이른바 ‘갓조석'이라 불리는 조석 작가의 초기작, <조의 영역>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대다수의 팬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뒤로가기를 누를 예정이라면, 이것 하나만큼은 알고 가길 바란다. 이번에 재연재되는 <조의 영역>은 5년 전의 <조의 영역>과는 다르다.
2017년의 <조의 영역>은 조석의 초기작임과 동시에 따끈따끈한 ‘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다. 완결이 났던 기존 결말에 새로운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 저기서 기쁨의 탄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소 짧았던 분량에 아쉬웠던 독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행운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됐다.
조의 영역 (사진=네이버웹툰)
-제목 : 조의 영역
-작가 : 조석
-연재 플랫폼 : 네이버웹툰
◇ ‘조’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조의 영역>이라는 제목은 해수면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조수간만의 차를 뜻한다. 물의 높이에 따라서 해수면의 면적과 육지의 면적이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한다.
극 중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를 물고기와 인간 간의 영역 다툼으로 엮어냈다. 한강에 돌연변이 거대 물고기들이 빠른 속도로 개체수를 늘리면서 인간의 영역인 육지를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고기들은 그 어느 종보다도 빠른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마리씩 불어나면서 수면을 넘치게 만든다. 높아진 수면은 점점 육지를 장악하기 시작해 인간을 구석으로 몰아 넣는다.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인간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물고기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조의 영역'에서 육지의 면적은 한없이 작아지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 지하마저도... (사진=네이버웹툰)
승리는 어느 쪽이냐고? 그것은 말할 수 없다. 굳이 스포일러 때문이 아니더라도, 누가 이겼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운 스토리가 연재되기 시작했으니 승자는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조석은 늘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가 들고 나오는 작품들은 항상 많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그에게는 승리만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조’의 영역이 존재한다. 그 어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조’석만의 흥행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한 번 살펴보자.
◇ 일(一)층분석 : 상상의 영역
웹툰 <조의 영역>을 처음 주행하기 시작하는 독자들은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아무리 웹툰이라도, 저건 너무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독자들이 꽤 많았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물고기의 크기가 커도 너무 크다. 현존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고래가 약 20m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고래만한 물고기가 제일 작은 수준이며, 제일 큰 것은 강 전체를 뒤엎는 수준이다. 조금은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 크기다.
쩝, 물고기가 너무 커서 화면에 전부 담지도 못하겠다... (사진=네이버웹툰)
하지만 조석은 무척이나 힘이 센 모양이다. 빌딩 한 채 만한 거대 물고기들을 힘겨운 내색 없이 잘도 조련한다. 누가 이런 기괴한 괴물을 조련할 생각을 할까. 조석은 거대 물고기들과 인간들의 대립을 절묘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높아진 수면에 인간들이 대처하는 방식은 마치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현실적이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거대 물고기마저 현실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킬 정도다. 어떤 상상을 하든지 그것은 뛰어난 소재가 된다. 이러한 조석의 상상력은 마치 ‘봉준호' 감독을 보는 느낌이다. 봉준호가 영화계에서 참신함을 가져다주는 감독이라면, 조석은 웹툰계에서 그러한 능력을 보여준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마음의 소리>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이(二)층분석 : 장르의 영역
<조의 영역> 첫 입문자에게 소재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로 장르적 특성이다. <마음의 소리>의 장수 비결은 바로 ‘개그'다. 최근 작품인 <문유> 역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극을 풀어나가는 데는 개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의 영역>에서는 웃음기가 쫙 빠져 있다. 까불까불한 모습을 감추고 시종일관 진지하고도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현실적인 디스토피아 웹툰이다.
긴장감을 극에 달하도록 한 작가의 연출 기법(절대로 개그 아님) (사진=네이버웹툰)
그런데, 그 어색함이 소름을 돋게 만든다. 그가 개그적인 요소를 위해 자주 보여줬던 반전식 연출 기법이 그 핵심이다. 다음 컷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반전 연출력으로 웃음을 두 배로 만들었다. 그런데 진지한 곳에 사용되니 소름 끼치는 긴장감으로 변화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독자로 하여금 매 순간 추리를 하게 만든다. 거대 물고기만 조련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까지 완벽하게 조련하는 셈이다. 그는 개그에 능한 것이 아니라, 그냥 천재였다.
◇ 삼(三)층분석 : 결국 승자는 누구일까
총 14화의 짧은 분량으로 마무리됐던 웹툰 <조의 영역>은 지난 주부터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5년 전 처럼 14화로 완결될 줄 알았던 작품에 새로운 회차가 추가됐다. 조석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반전 아닌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완결 소식이 들리는 웹툰 <문유>의 종료 시기와 맞물린 것을 보면, 차기작으로 <조의 영역> 추가연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독자들은 환호하며 다시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끝난 줄만 알았던 영역 다툼은 이제 2차전에 접어들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그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기에 매주 업데이트를 기다려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