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시티’의 일환 ‘시티 컨퍼런스’, 31일 한국·영국 도시, 문화, 예술 전문가 한 자리에
[더파워=김아영 기자] 지난 31일 오전, ‘도시와 예술’을 주제로 한 ‘시티 컨퍼런스’가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렸다. ‘시티 컨퍼런스’는 영국문화원, 서울특별시, 서울디자인 재단이 주최해 지난 27일부터 서울 일대에서 진행된 도시예술프로젝트 ‘커넥티드 시티’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도시에서의 문화·예술의 역할과 방향성을 토론하기 위해 한국과 영국의 각계 전문가가 모였다.
지난달 31일, 도시와 예술을 주제로 '시티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안규철 교수는 "영혼없는 건출물미술작품은 환경오염"이라며, 공공미술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강연했다. (사진=pixabay)
이들이 생각하는 현시대의 도시와 예술은 무엇인지, 컨퍼런스 ‘1부 : 도시를 사유하는 다섯가지 방법’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편집자주>
◇ ‘공공미술의 새로운 상상력’
1부의 마지막은 안규철 교수(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가 ‘공공미술의 새로운 상상력’을 주제로 발표했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 (사진=커넥티드 시티 2017)
‘공공성’ 고려 없이 설치된 공공미술품, 시민들로부터 비판받아
안규철 교수는 공공미술이 비판받고 있는 현재 상황과 이유에 관해 설명하며, 서울의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서울은 공공미술의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며 공공미술의 현 상황을 화두로 던졌다. 영혼 없는 공공미술이 서울에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벽화에 그려진 그림을 자진 철거한 이화동 벽화마을 사건, 서울로 7017 개장을 기념해 3만 켤레의 신발을 쌓아 만든 ‘슈즈 트리’ 작품이 흉물 논란을 일으키며 9일 만에 철거된 사건을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토록 공공미술 작품이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라며 “작품 설치를 결정한 공공기관과 작가는 선의로 작품 제작을 진행했겠지만, 그들은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위의 작품들이 갤러리나 작가의 개인적 공간에 설치됐으면 전혀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공공미술은 공공영역에 설치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동의와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슈즈트리>의 경우 사전 설명 없이 역사적 장소인 서울역에 설치됐다. 그렇기에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혼 없는 건축물미술작품, 도시의 시각적 환경오염 일으켜
안 교수는 이 밖에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는 공공미술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바로 ‘건축물미술작품’이다.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신축건물에서 건축비의 일정비율을 미술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규정한 제도이다. 80년대 전반부터 시행돼, 현재 대부분의 고층 건물 앞에서 건축물미술작품을 볼 수 있다.
그는 “이 작품들은 세금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기에 시민으로부터 비난은 받지 않는다”며 “그래서 더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영혼 없는 작품들이 매달 20~30점씩 생기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이들이 도시의 시각적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목록만 3000점이 넘는다”며 “건축물미술작품은 자기복제와 절충양식을 특징으로 해 예술의 독창성과 공공성의 가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건축물미술작품제도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채우는 대신 여백을
그렇다면 안 교수가 생각하는 공공미술의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는 “공공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새로운 상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미술의 이름으로 도심에 영혼 없는 조악한 장식품들을 채워 넣는 행위가 아니라, 이제는 더 많은 여백과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의 삶과 공동체에 개입하는 예술적 참여로서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공간을 비워주는 공공미술도 상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