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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석규 예술감독, “예술은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도시재생에서 예술 역할 다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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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석규 예술감독, “예술은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도시재생에서 예술 역할 다양해야..."

김아영 기자

기사입력 : 2017-11-13 17:07

[더파워=김아영 기자] ‘벽화마을에 벽화가 없다.’

대학로 뒤쪽에 있는 이화동 벽화마을 얘기다. 2006년, 낙후된 이화동을 되살리기 위해 ‘낙산공공프로젝트’가 시행됐다. 그 결과로 벽화마을이 조성됐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지만 주민들은 소음을 견디지 못해 직접 벽화를 지웠다. 주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그려진 벽화가 주민들의 손에 지워진 것이다.

도시재생에서 예술의 역할은 어디에 위치할까? 이화동 벽화마을 사례처럼 지역의 외관을 개선하기 위함일까?

지난 27일부터 3일간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색다른 ‘도시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바로 ‘커넥티드 시티’다. 도시에서의 예술이 공동체 연결과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였다.

커넥티드 시티의 '플레이어블 시티(Playable city)' (사진=커넥티드 시티 2017 페이스북)
커넥티드 시티의 '플레이어블 시티(Playable city)' (사진=커넥티드 시티 2017 페이스북)

세운상가와 청계천 주변에서 시민들은 놀이와 게임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커넥티드 시티의 세부 프로젝트인 ‘플레이어블 시티’를 통해서다. 낙산공원, 청파언덕, DDP 등에서는 뮤지션이 도시를 탐험하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뮤직시티’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음악을 들으며 도시 풍경을 새롭게 감상했다. 또, 영국과 한국의 아티스트가 지역을 탐구해 발견한 것들을 예술작업으로 보여준 ‘메이커 시티’도 함께 진행됐다. 이 외에도 도시와 지역에 기반을 둔 예술프로젝트를 서울 일대에서 볼 수 있었다.

‘커넥티드 시티’가 시민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예술로 접하고, 도시를 색다르게 접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커넥티드 시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 동식물, 장소를 알게 됐다. 또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가졌다. 필자도 커넥티드 시티의 뮤직시티투어 ‘도·時·산책’에 참여해 같은 경험을 했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창신동 지역을 가봤고, 그곳에서 일하는 봉제 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도시재생에서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커넥티드 시티’는 도시에서 예술의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커넥티드 시티’가 궁금해졌다. 이를 준비한 최석규 예술감독을 찾아갔다.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나, 커넥티드 시티와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석규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사진=더파워)
최석규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사진=더파워)


다음은 최석규 예술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직함이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이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무엇인가.

“2017년부터 2년간 한국과 영국의 문화, 예술을 교류하는 협업 프로젝트이다. 외교적 관점의 국가적 행사는 아니다. 한국에선 영국 문화원이 주관한다. 영국의 혁신적이고 우수한 예술과 창조산업을 소개하고, 양국의 문화예술 공동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프로젝트이다. 특히, 양국의 신진 예술가들과 새로운 예술 분야를 지원한다.”

Q. 새로운 분야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지원한다. 예를 들면 도시에서의 예술 프로젝트, 예술과 고령사회를 고민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 예술과 과학의 융합 등이 있다.”

Q. 커넥티드 시티도 도시예술프로젝트이니, 새로운 분야겠다. 어떤 기획 의도를 갖고 시작하게 됐나.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다섯 개의 주제 아래 진행된다. 그중 하나가 도시이다. 커넥티드 시티는 급변하는 도시에서 예술과 기술은 어떻게 조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과거 경제성장 중심의 도시에서 지금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 창조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도시 재생에서 예술이 중요시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Q. 도시재생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요즘 많다.

“맞다. 문화예술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려는 시도가 많다. 커넥티드 시티도 도시의 정체성 형성을 위해 예술과 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영국과 한국이 함께 고민하는 협업 프로젝트였다. 커넥티드 시티는 끝났지만,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앞으로도 영국과 교류하며 도시재생에서 문화, 예술의 역할을 탐구할 것이다. 또, 도시와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을 지속 발전시키려 한다.”

Q. 커넥티드 시티도 한국와 영국의 긴밀한 협조 아래 진행됐겠다. ‘커넥티드 시티’는 한국과 영국 도시, 문화, 예술을 ‘커넥티드(연결)’ 해준 건가.

"일차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더 많은 연결을 고려했다."

Q. 어떤 연결들이었나.

“첫째가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의 연결이었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그늘진 공간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명동은 자주 가지만 서울역 뒤에는 한 번도 안 가봤을 거다.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연결해주고 싶었다. 두 번째는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간의 연결이었다. 도시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다. 거주민, 상인, 관광객, 이주민 노동자 등이 모여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또한, 도시에는 크고 작은 공간이 있는데 사람들은 작은 공간을 찾지 않는다. 이런 공간을 예술과 기술로 더 큰 공간과 어떻게 연결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Q. 커넥티드 시티가 도시 속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기획할 때 참고한 선례가 있었나.

“있다. 뮤직 시티와 플레이어블 시티의 경우 이미 영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플레이어블 시티의 경우 영국의 항구 도시 브리스톨의 복합예술공간 워터셰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는 참고만 했다. 그들의 사례를 서울에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서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였다. 서울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현지화하는 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영국 '워터셰드'의 플레이어블 시티(Playable city) 프로젝트 중'Hello Lamp post'.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플레이어블 시티 홈페이지)
영국 '워터셰드'의 플레이어블 시티(Playable city) 프로젝트 중'Hello Lamp post'.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플레이어블 시티 홈페이지)

Q. 서울에서 커넥티드 시티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많았다. 우선, 커넥티드 시티를 알리는 과정이 힘들었다. 커넥티드 시티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이 서울 곳곳에 위치한 전시장에 직접 찾아가 공간을 탐험하고, 그 속의 이야기를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거대하고 화려한 전시나 이벤트에 익숙해한다. 그런 분들께 익숙지 않은 커넥티드 시티를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관객이 능동적인 역할을 어색해했다는 점이다. 커넥티드 시티의 프로그램들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뮤직시티’는 사람들이 해당 장소에 가서 모바일로 특정 사이트를 접속해야 음악이 재생된다. ‘플레이어블시티’에서 사람들은 게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도시산책’ 투어 프로그램에서는 투어를 바탕으로 시를 써보는 활동도 있었다.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관객에게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어색해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 외에 커넥티드 시티는 도시의 공간을 이용해야 했기에 합의가 필요했다. 지연민들, 서울시, 예술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를 했고,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걸렸다.”

Q. 커넥티드 시티의 목적 중 하나가 ‘시민들이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도시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음…새롭게 바라본다는 데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커넥티드 시티의 경우, 그동안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공간을 예술과 기술로 다르게 보여줬다. 또, 사람들이 가보지 못했던 공간을 예술프로젝트로 소개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통해 사회가 점점 통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울의 익숙지 않은 공간과 길을 가고, 그동안 몰랐던 지역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자신이 사는 도시가 어떤 곳이고, 다양한 구성원과 삶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러면 도시 속 구성원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가 연결되고, 결국 사회가 통합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Q. 도시에서의 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각 시군구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술적 재생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은 하나일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은 다양할 수 있다.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애향심을 길러줄 수 있고, DDP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로 서울 동대문의 이미지를 변화할 수 있다. 또 커넥티드 시티처럼 시민들에게 예술의 개인적 경험을 제공하고, 도시를 새롭게 보게 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보면 ‘예술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라고 해서 다양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 도시재생에서 예술의 역할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이 공존했으면 하는 게 나의 큰 바람이다.”

Q. 예술의 다양한 역할이 공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정책 입안자, 예술가, 지역 커뮤니티, 재정을 투입하는 디벨로퍼 등 이해 관계자들의 원활한 대화가 필요하다. 그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Q. 예술의 역할이 다양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한다. 그동안 도시에서의 예술은 도시의 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치우쳐져 있지 않았나. 끝으로 감독님은 예술의 다양한 역할 중 어디에 집중하고 싶나.

“개인적으로 외적 영역보다 사람들의 내적 영역을 확대해주는 문화, 예술을 하고 싶다. 시민들의 내적 경험을 확대해주고 그 밀도를 높여 주는 게 예술의 큰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술이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고, 사물을 다르게 보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내적 영역 확대를 위한 예술을 하고 싶다.”

* 최석규 예술감독
현재 2017-18 한영 상호 교류의 해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춘천마임축제의 부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15년간 축제감독으로, 축제 프로그램 기획과 공연예술축제 기획 경영 작업을 했다. 2005년에는 국제 공연 플랫폼 아이사나우(AsiaNow)를 설립해 한국 현대 연극의 국제 교류를 위한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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