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자사의 플랫폼을 가졌는지의 여부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인이 된 시대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은 모두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플랫폼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플랫폼 구축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의 플랫폼이 도시 공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Online to Offline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이 도시에 일으킬 변화와 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플랫폼의 진격, 도시 혁신을 요구하다’ 심포지엄이 지난 29일 서울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렸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와 사단법인 C.O.D.E가 공동 주최로 진행된 심포지엄이었다. ◇ 온라인 플랫폼이 도시 공간으로 내려오고 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원장은 ‘플랫폼 그리고 충동의 도시’를 주제로 1부의 막을 올렸다. 김경민 부원장은 여러 플랫폼의 사례를 소개하며, 플랫폼이 도시에 주는 충동을 설명했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원장(사진='플랫폼의 진격, 도시 혁신을 요구하다' 운영단)
우선 김경민 부원장은 롯데백화점 본점에 걸린 ‘스타일 난다’의 광고판 사진을 보여주며 “도시에 이상한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상점들의 매출은 꾸준히 하락하는 반면, 온라인 쇼핑몰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쇼핑몰의 4분의 1이 사라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판매 플랫폼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상점의 폐쇄 현상은 소매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은행 지점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어, 씨티은행의 경우 이미 지점의 80%를 폐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라는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스타일 난다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Amazon Books)’을 열었다. 최근에는 미국 내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마켓을 인수했고, 의약품 사업도 시작했다. 아마존이 물류에서 식료품과 의약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다.
김경민 부원장은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력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길 수 없기에,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아마존의 영향으로 올해 미국에서 문을 닫는 각종 오프라인 점포 수가 8000~9000개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으로 많은 오프라인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매장의 폐쇄로 생긴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랫폼의 행동 방식에 따라, 도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플랫폼의 영향력을 고민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 플랫폼 기업의 부상과 그 영향
두 번째 발제는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부상과 그 영향’을 주제로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의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사진='플랫폼의 진격, 도시 혁신을 요구하다' 운영단)
사례 소개에 앞서, 김상헌 전 대표는 플랫폼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은 다양한 그룹과 개인들이 상호작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주는 비즈니스”라며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많은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헌 전 대표는 우버, 카카오택시 등 교통 관련 플랫폼 사례를 먼저 꺼냈다. 그는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 플랫폼이 성장하면, 사람들은 자동차 소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면 주차장 공간이 필요 없어지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걷고,차량 흐름은 좋아질 수 있다”며 플랫폼으로 변화될 도시 모습을 전망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택시가 발표한 ‘서울에서 택시 호출이 가장 잦은 지역’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는 “카카오택시가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카카오택시 이용자의 데이터가 쌓이면, 도시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매업 관련 플랫폼의 사례로는 미국의 아파트 1층이 아마존의 중간 배송 창고처럼 바뀌는 현상과 지도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식당을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미국의 여러 아파트가 아마존 택배를 보관하기 위해 1층 로비 공사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이 아파트의 실제 공간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는 지도에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식당이 증가하고 있다”며 “배달 서비스의 진화로 음식 배달로만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울러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지역에 일으키는 변화도 함께 이야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휴공간을 공유하는 ‘스페이스 클라우드’와 자신의 주거공간을 여행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해준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언급했다.
그는 “공간 공유 플랫폼은 과거 조용했던 지역을 외부인 유입이 잦은 곳으로 변화시켰다”며 “이는 낙후된 지역의 상권을 회복하기도, 증가한 외부인의 소음으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플랫폼이 도시에 미칠 영향력을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플랫폼이 도시에 영향을 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플랫폼이 도시에 미칠 방향성을 인간이 주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O2O 전략 성공하려면, 온라인 오프라인 경계 없애야
다음으로 김영규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O2O(Online to Offline) 혁신 전략’을 주제로 세 번째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설명했다.
김영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진='플랫폼의 진격, 도시 혁신을 요구하다' 운영단)
김영규 교수는 “디지털 마케팅과 전통적 마케팅이 융합되고 있다.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라는 필립 코틀러 말을 인용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토스, 카카오택시, 쿠팡 등 O2O 회사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이러한 앱을 다운받을 때 ‘O2O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어 “이 앱들이 자신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다운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네트워크에 기반한 플랫폼 모델을 만들라는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기존의 서비스보다 더 편한 서비스를 만들어 온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결국 O2O 서비스의 성장은 사람이 얼마나 귀찮아하는 존재이고, 얼마나 더 편해지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 인정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쇼루밍’과 ‘웹루밍’의 두 모델이 비슷하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쇼루밍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현상을 말한다. 웹루밍은 그 반대로,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소비자는 쇼루밍과 웹루밍 중 자신에게 편한 걸 추구할 뿐”이라며 “소비자는 본인이 어떤 채널을 이용하는지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O2O 전략이 성공하려면,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체험 경계를 소비자가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둘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되도록 만드는 점이 관건”이라며 발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