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계열사 부당지원 및 사익 편취 혐의를 수사해온 검찰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까지 수사망을 확대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말 법원으로부터 조 회장 등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추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한국타이어 일감 몰아주기 수사의 초점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맞춰져 있었다.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제조설비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주는 이른바 '신단가 정책'을 써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런 부당지원으로 계열사 지분을 절반 가진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가 막대한 배당을 챙겼다며, 한국타이어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어 지난해 말 조현범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검찰은 총수 일가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마련한 배당금을 승계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은 물론, 배임까지 추가로 물을 수 있을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계열사 프리시전웍스(옛 MKT)의 타이어 제조설비를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여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제조장비의 가격을 산정할 때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과다 반영하는 방식으로 프리시전웍스가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올리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한국타이어가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9.9%는 조 회장(29.9%)과 그의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20%)이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조현식·조현범 형제는 최근까지 배당 등을 통해 270억원 규모의 사익을 누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면 이 회사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갔을 수 있었지만, 총수 일가와 지분을 나누면서 결과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사용해 2020년 당시 사장이던 조 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지분 23.59%를 매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고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게 아닌지 용처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조 회장 집무실을 비롯해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한국프리시전웍스 등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회장을 추가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지난 2일 조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는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을 형법상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