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삼성이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쏟아붓는다. 지방대학에도 반도체학과를 개설해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가 향후 10년간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작년 10월 말 취임 이후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 사업장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삼성 계열사가 뿌리내린 각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제조업 분야 국내 사업장을 권역별로 나눠 집중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단순히 시설 투자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지방 중소기업과 인재 육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역별 특화 투자 산업을 살펴보면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천안·온양)와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아산), 차세대 배터리 마더팩토리(천안) 등이 조성된다. 이 중 삼성SDI가 천안에 조성하는 마더팩토리는 첨단 생산 기술과 핵심 공정을 선제 개발해 해외 공장으로 확산시키는 ‘글로벌 표준 공장’의 역할을 맡는다.
이재용 회장,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사진=연합뉴스
최근 배터리 산업 특성상 해외에 생산 시설을 더 확대하게 되더라도 컨트롤타워 기능은 천안에 두겠다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클러스터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QD) 등 고부가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산), 스마트폰 마더팩토리(구미),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구미),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소(울산) 등이 만들어진다. MLCC는 반도체에 전력을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현재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향후 MLCC용 소재 내재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 투자해 부산을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갤럭시S23, 폴더블폰 등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연간 1300만 대 생산되는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팩토리’로 지정된다. 구미에서 개발한 생산 기술을 전 세계 공장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거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삼성은 이와 함께 현재 광주 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제품군(群) 중심으로 확대 재편해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키우기로 했다.
삼성은 지역에 60조1천억원을 투자하는 것 이외에도 지역 기업을 위해 반도체 생태계 육성 프로그램, 기술·자금 지원, 지역 인재 양성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생 프로그램에는 향후 10년간 총 3조6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 개발과 중소 팹리스 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제품 생산 지원 서비스(MPW) 확대에 각각 10년간 5천억원을 투자한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대전환 등을 고려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고도화하고, 2∼3차 협력회사와 취약 산업, 소멸 지역 기업을 우선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지원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ESG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C랩을 광주 등에도 구축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방 소재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규 개설하고 지방 청년층에게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등 지역 인재 양성에도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