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지난해에만 33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국민들에게 부담만 안기고 있는 공기업,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내 직원에게는 후한 인심을 베푼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의 자구책 마련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국민의힘·경북 김천)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자금 사내대출 규모가 가장 컸던 공공기관은 현재 빚더미에 앉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신규로 주택자금 사내대출을 받은 한전 직원은 570명이었다. 총 대출규모는 496억6천500만원에 달했다. 대출 금리는 연 2.5~3%. 한도는 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은 289억원, 임차목적은 208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급격한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한전의 신규대출 규모는 전년도(508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중금리 상승과 관계없이 한전은 2021년과 동일한 조건(연 2.5~3%)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한전뿐만 아니다. 한전 자회사를 비롯해 에너지공기업이 대출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전KPS는 2~2.25% 금리로 연 최대 1억5천만원을 빌려주면서 83명의 직원이 105억3천290만원을,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연 3.46% 금리로 78명의 직원이 46억8천300만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기재부는 2021년 마련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공공기관들이 한국은행의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했다. 대출 한도도 7천만원으로 제한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출 금리 하한선은 연 5.34%까지 올랐지만 한전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기재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대출 혜택’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공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공기업은 환골탈태의 의지를 가지고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경영 건전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