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이경호 기자) LF家의 형제간 불화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과정서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현재 LF그룹은 구본걸 회장이 동생들인 구본순·구본진씨에게 LF네트웍스와 파스텔세상·트라이본즈 등을 주는 것으로 정리가 끝난 상태다. 구본순씨는 파스텔세상 대표를 맡고 있으며, 트라이본즈는 구본순·구본진씨가 각자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F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구본걸(17.5%) 회장이지만 동생들인 구본순(14.6%)·구본진(12.1%)씨 지분이 더 많다. 여기에 구본순씨의 딸인 구민정(7.0%)씨와 구본진씨의 딸인 구지수(7.7%)씨의 지분까지 더하면 구본순·구본진씨 측 지분율은 40%가 넘는다.
파스텔세상은 LF네트웍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트라이본즈가 지분율 57.12%로 최대주주이며 구지수(18.84%)씨가 2대주주다.
아동복 전문업체인 파스텔세상의 경우 사실상 ㈜LF에 매출 거의 전부를 의존하고 있다. ㈜LF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닥스키즈와 헤지스키즈가 주 수입원이다. 전체 매출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스텔세상은 작년 8월 LF와 닥스·헤지스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3년 갱신했다. 그러나 LF는 올해 4월 갑자기 파스텔세상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했다. 구본순 대표는 지난 6월 25일 팀장급 이상 인력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닥스키즈와 헤지스키즈는 LF가 직접 사업을 전개하지 않거나 다른 라이선스 업체를 찾지 않을 경우 사업이 종료된다. 닥스·헤지스 아동복 매장은 백화점과 아웃렛을 합하면 100개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LF가 대주주 가족 지분 확보를 위해 파스텔세상에 자금을 요구했고, 파스텔세상이 계속된 자금 요구를 거절하자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KBS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구본걸 회장 측 관계자는 파스텔세상 측과의 통화에서 “올해 140억은 사주고요. 지분 *** 거를 내년 말 3개년으로 3분의 1씩 사주면, 5년간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KBS는 “(파스텔세상이) 은행 대출을 받아 LF 측에 140여 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며 “실제로 LF의 공시를 보면 지난해 11월 구본걸 LF 회장의 부인 명의 등으로 LF 주식을 매수한 것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KBS 보도에 대해 LF는 “일부 기사에서 언급된 ‘대주주 가족 지분확보를 위한 자금지원 요구’는 계열 분리 협의 과정에서의 사적인 대화이며 LF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LF는 자사와 LF네트웍스의 주요 지배주주는 동일하고 공정거래법상 동일 계열회사라는 입장이다.
LF 측은 "LF네트웍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인한 일부 주주의 지분율 감소 및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 상승은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대주주와 그 친족들은 이전부터 LF와 LF네트웍스 계열분리를 논의해 왔고 2022년부터 계열분리를 위해 주주들간의 합의를 통해 LF네트웍스의 분할,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 등을 적법하게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스텔세상과의 라이선스 계약 해지와 관련해선 정당한 사업적 결정으로서 LF네트웍스의 자사주 매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LF 측은 "파스텔세상 경영진의 폭언과 부당행위에 따른 사회적 물의, 아동복의 재고관리와 품질 이슈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경영능력 미비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및 핵심인재 유출로 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사 소수주주들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중단 및 감축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파스텔세상의 CEO는 2018년부터 직원 대상 폭언 등 부당한 행위로 수차례 이슈를 만들었고 이는 블라인드와 언론을 통해 확산돼 왔다"며 "이러한 이유로 2023년 5월 4일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한 "파스텔세상의 재발방지와 개선이행을 약속 받고 2023년 8월 1일 갱신계약을 체결하되 해지 사유에 기존 계약종료의 주요 원인이었던 경영진의 윤리경영 위반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LF는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 4월 파스텔세상에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LF 측은 "원만한 계약 마무리 및 이해관계자를 배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1년의 유예기간과 6개월의 재고처리 기간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LF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패션 업계에서 LF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 형제들 간의 지분 다툼 와중에 빚어진 갈등이 멀쩡한 우량기업 하나를 고사시킨 것”이라면서 “애꿎은 파스텔세상 200여명의 직원들만 직장을 잃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