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최성민 기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부부가 헤어졌을 때, 상대방에게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부모자식 관계이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혼 배우자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법적으로 혼인 외 출생자에 해당된다. 이는 자녀가 어머니와는 자연스럽게 법적 관계가 인정되지만, 아버지와는 법적인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판례에서도 사실혼 관계나 일시적 정교 관계로 출생한 자의 생모는 그 자의 생부를 상대로 양육자 지정이나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므 판결).
그렇다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육비는 기본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의무를 지는 것이므로, 양육비 청구는 부모 간 법적 관계가 확립된 후에야 가능하다. 따라서 먼저 인지청구의 소를 진행하여 아버지에게 자녀를 인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친생자로 인지하면, 그때부터 법적 관계가 성립되고 양육비 청구가 가능해진다.
인지청구의 소는 부모가 혼인 외 출생자를 자녀로 인지하지 않은 경우, 법원에 이를 친생자로 인지해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이 소송은 자녀나 그 직계비속 또는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있다. 즉, 자녀가 미성년자일 경우 어머니가 대신 청구할 수 있으며, 인지청구가 인용되면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법적 부자 관계가 성립된다.
인지청구소송의 핵심은 유전자 검사에 있다. 아버지가 자녀를 인지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유전자 검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유전자 검사는 두 사람 사이의 생물학적 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유전자 검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법원은 수검명령을 통해 강제로 검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나 감치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아버지와 자녀 간의 법적 관계가 성립되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때부터는 이혼 시 양육비를 정하는 절차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양육비에 대한 상황을 정할 수도 있지만, 합의가 어렵다면 양육비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여 양육비의 금액이나 지급 방법, 양육권과 면접교섭권 등을 정할 수 있다.
로엘법무법인의 이원화 이혼전문변호사는 “최근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갖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동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혼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비롯해 혼인 외 출생자의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하려면 인지청구의 소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단순히 양육비소송만 제기해서는 승소할 수 없다. 법적 절차와 요건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한다면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