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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융합,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보 전략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5-07-14 09:40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4차 산업혁명과 민군 융합'

민군 융합,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보 전략
[더파워 이설아 기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국방 체계와 민간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양자 컴퓨팅,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은 민간에서 먼저 발달한 뒤 군사 영역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다. 이 변화는 민군 융합(Civil Military Fusion)이라는 새로운 전략 개념으로 수렴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국방의 미래’와 ‘민군 융합의 미래’라는 국제 워크숍에서, 이스라엘의 요람 에브론 교수와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리처드 비징거 박사는 각국 사례를 통해 민군 융합의 실질적 쟁점을 제시했다. 이를 전북대 특임교수이자 예비역 해군 제독인 이병권 박사가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민군협력 개념의 진화

민군 융합을 이해하려면 유사 개념과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가장 전통적인 민군통합(Civil Military Integration)은 군수와 민수 제품을 동일한 생산시설에서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부품이나 통신장비가 같은 공정에서 생산되지만, 용도만 다르다. 이는 주로 냉전기까지의 전략으로,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중시했다.

반면, 민군 융합은 민군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공통의 기술 원천(technology well)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민·군이 공동 설계와 연구에 참여한다. 단순한 기술 전용을 넘어서, 군사력과 국가 전략기술을 동시에 강화하는 접근이다. 이는 명백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보 전략이자 국가 기술 안보의 핵심이다.

민군 융합의 구현 방식 가운데 하나가 민군 겸용(Dual Use) 기술이다. 이는 군사와 민간 양측에서 모두 활용 가능한 기술을 뜻하며, 스핀온(Spin-on)과 스핀오프(Spin-off)라는 개념으로 나뉜다. 스핀온은 민간 기술이 군사 영역으로 확산하는 현상이며, 스핀오프는 그 반대로 군사기술이 민간산업에 이전되어 상업화되는 경우다.

스핀오프의 대표 사례는 냉전 이후 국방예산이 축소된 1990년대, 이른바 ‘평화의 배당금(Peace Dividend)’ 시기다. 미국 보잉은 군용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경전철 사업에 진출해 성과를 냈지만, 스웨덴의 사브는 민간 여객기 시장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스핀오프는 기술력을 상업화하는데 유용하지만, 시장 진입 장벽과 수요 부족의 위험도 따른다.

반대로 스핀온은 오늘날 민군 융합의 중심이다. 민간 항공기인 보잉 707과 에어버스 A330은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기 등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상업용 위성 이미지나 소프트웨어도 군사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전략적인 방식은 민군겸용기술의 공동개발 전략, 일명 ‘스핀 함께(Spin-together)’다. 이는 기초·응용 연구 단계부터 민간과 군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핵전력과 원자력 발전의 연계, 에어버스의 유럽 다국적 공동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민군협력의 역사와 변화

민군 융합의 중요성은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1920~30년대에 민간 기술(라디오, 소나, 알루미늄 등) 을 군사화하며 스핀온을 실현했다. 2차 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군산복합체가 부상했고, 막대한 군사 연구 개발비로 민간과 군의 기술 격차는 커졌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산업은 군사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위성·미사일·우주기술도 민군 통합과 스핀오프를 통해 발전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민간 기술이 군사기술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민군 기술의 분화가 가속되었다. 이 흐름을 다시 되돌리고 있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민간 주도의 혁신 기술이 군사전략에 선제적으로 도입되는 오늘날, 민군 통합 방식은 점점 시대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소련이 패한 요인 중 하나는, 소련에선 스핀오프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민군 융합을 기술 패권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협소한 국토와 인구의 한계를 민군 융합으로 극복하고 있다.

한국군의 전략적 선택

우리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중심의 폐쇄적 국방 R&D는 구조적 한계로 민간 기술 접근이 어렵다. 현재 국내 방위산업은 총 84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55%가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구조적 편중과 중소기업 진입 장벽이 뚜렷하다.

이에 대해 이병권 제독은 민군 융합을 국가정책으로 제도화하고. 그 실행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혁신(4IR-RMA)으로, AI 기반 지휘 결심, 초연결 네트워크, 실시간 정보 처리 등을 군사 작전에 통합할 것. 둘째, 민군 융합형 국방 R&D 체계로 전환해 기초 과학 단계부터 민군이 함께 기술을 개발할 것. 셋째, 지속 가능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해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함정 MRO 역량 활용에 대하여 조언한다. 최근 미국의 조선과 함정 정비 위기를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함정 MRO 능력을 단순한 정비와 방산 수출에 머물지 말고, 외교·안보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민간 기업과 군 당국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 기술이 안보다

기술은 이제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이며, 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민군 융합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창의성과 전략을 결합하는 미래형 안보 체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병권 제독이 이론으로 꿰었다. 정책과 실행이 이를 꿰어야 할 시점이다. 국방 개혁과 K-방산의 도약을 위해, 민군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래 안보는 기술에서 나오며, 그 기술은 민과 군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글: 이병록 예비역 제독·국민주권전국회의 공동대표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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