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이 희귀 혈액질환인 ‘골수섬유화증’의 진행 과정을 단일세포 RNA 분석 기술로 정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질환의 복잡한 병리 과정을 해명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연준 교수(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와 이석형 교수(병리학교실), 정승현 교수(생화학교실), 이성은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등 공동연구팀은 골수섬유화증의 초기 단계인 ‘전섬유화기 PMF’와 진행 단계인 ‘진행성 PMF’ 환자들의 골수세포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해, 질환의 악화 과정이 단일 세포 이상이 아닌 다양한 세포 간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조혈모세포가 거핵세포로 과도하게 분화되며, 염증과 섬유화를 유도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진행성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정 하위군의 거핵세포는 섬유화 관련 유전자인 EMT 관련 유전자들을 강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 제시됐다.
또한 T세포 및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이상과 세포독성 증가도 관찰돼, 면역계의 이상 역시 병의 진행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말초혈액 내 아세포 비율이 1% 이상인 경우에도 섬유화 유전자 활성이 높은 세포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혈액검사를 통한 예후 예측 가능성도 제시됐다.
정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질환의 정밀 진단뿐 아니라,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환자 개개인의 세포 및 유전자 특성에 따른 정밀 치료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연구 인프라 지원 아래 진행됐으며, 혈액학 분야 국제학술지 『Haematologica』 4월호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초정밀의학사업단은 유전체 분석과 정밀의학 기반 연구를 중심으로 암 오가노이드 개발 등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번 성과는 희귀 혈액암의 병태생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