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우영 기자]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판매한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결과다.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 부장판사)는 21일 곽모씨 등 30명과 장모씨 등 343명이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각 청구금액 8500만원 중 4500만원, 8억4600만원 중 약 3억6000만원을 대진침대가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원고들은 지난 2023년 11월 1심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이 지난달 대진침대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대법원은 당시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독성 물질에 노출돼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라돈 침대 사태는 2018년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대 9.3배를 초과했다며 일부 제품 수거 명령을 내렸다.
이후 소비자들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2020년 대진침대 대표 등을 상해·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 “침대 사용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대진침대는 유사 사건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미 4건의 소송에서 위자료 지급 판결을 확정했고, 항소심 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