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교수, 김진영 교수, Chandani Shrestha 박사과정생, 심병용 교수, 채동우 교수
[더파워 유연수 기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30일 약리학교실 김지윤 교수 연구팀이 폐암 표적항암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내성’을 자가포식(Autophagy) 억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김진영 연구교수, Chandani Shrestha 박사과정생, 성빈센트병원 심병용 교수, 연세대 의대 채동우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폐암 세포의 생존 기전인 자가포식을 억제함으로써 표적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병용 요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중 PI3K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세포에 주목했다. 해당 환자에게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알펠리십’은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차단하지만, 암세포가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약물 공격을 회피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널리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클로로퀸’을 병용 투여해 자가포식을 억제했다.
세포 및 동물 실험 결과, 알펠리십과 클로로퀸 병용 시 암세포 사멸이 단독 투여보다 크게 증가했고 종양 성장과 전이가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를 ‘이중 공략 전략(Dual targeting strategy)’으로 명명하고, 암세포의 ‘공격’과 ‘방어’ 체계를 동시에 제어하는 새로운 치료 개념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물을 재활용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클로로퀸은 임상 안전성이 확보돼 신약 대비 빠른 임상 전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PIK3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병용 요법의 효과가 더욱 뚜렷함을 확인했으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김지윤 교수는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역할이라면, 자가포식은 이를 막는 방패와 같다”며 “이번 연구는 그 방패를 제거해 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검증된 약물 조합인 만큼 실제 환자 치료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후속 임상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