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보틱스 전 라인업 대거 선보이며 피지컬 AI·자율주행·물류까지 ‘스마트 공장·스마트 시티’ 청사진 제시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 전경
[더파워 이설아 기자] AI와 로보틱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와 물류·모빌리티 로봇을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웨스트 홀에 1836㎡(약 557평) 규모 전시 부스를 마련해 CES 2026 기간 동안 그룹의 AI 로보틱스 기술 개발 과정과 주요 제품을 체험형 전시로 선보였다고 7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AI 로보틱스 연구 환경을 구현한 ‘테크랩(Tech Lab)’을 구성하고,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 연구형·개발형 모델과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등 핵심 로봇 제품과 연계 소프트웨어를 한 자리에서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실제 공장과 산업 현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로봇이 서열 작업, 설비 점검, 물류·배송, 품질 검사 등을 수행하는 시연을 통해 피지컬 AI가 구현할 미래 제조·서비스 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테크랩의 중심은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다. 연구형 모델은 향후 제품에 필요한 핵심 기능 검증을 위해 개발된 초기형으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과 자연스러운 보행 능력을 갖춰 작업 현장에서 완전 자율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는 아틀라스가 부품을 순서에 맞춰 정렬·적재하는 ‘서열 작업’을 수행하는 시연이 진행되며, 휴머노이드가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정밀 동작과 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된 개발형 아틀라스는 실제 제조 현장 투입을 목표로 상용화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56개의 자유도(DoF)를 통해 대부분 관절이 완전 회전할 수 있고,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에는 촉각 센서가 적용됐다. 머리와 몸통에는 360도 카메라를 장착해 전 방향 인식이 가능하며, 최대 50kg의 하중을 들고 2.3m 높이까지 손이 닿는다.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극한 온도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고, 방수 기능을 갖춰 세척이 가능한 내구성도 확보했다. 자재 취급부터 정밀 조립까지 다양한 공정을 수행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작업은 하루 이내에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한 뒤 즉시 작업을 재개하는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개발형 아틀라스를 대량 생산 가능한 양산형 휴머노이드로 발전시켜 향후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전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르빗(Orbit) AI’와 결합해 산업 현장의 설비 점검 역할을 수행하는 시나리오로 소개됐다. 오르빗 AI는 로봇 원격 제어와 실시간 모니터링, AI 기반 이상 징후 감지, 데이터 분석 및 인사이트 제공 기능을 갖춘 플랫폼으로, 로봇이 공장·플랜트 등 복잡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을 조기에 포착해 알려주는 솔루션이다.
부스에는 아틀라스와 스팟의 초기 연구 모델부터 최신 버전까지 실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구성해,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 진화 과정을 함께 소개했다.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인 ‘모베드(MobED)’는 상용화 모델 실물과 용도별 탑 모듈(Top Module) 콘셉트가 함께 전시됐다. 모베드는 4개의 독립 구동 바퀴와 ‘DnL(Drive-and-Lift)’ 모듈, 편심(Eccentric) 자세 제어 메커니즘을 적용해 각 바퀴에 탑재된 3개의 모터로 주행·조향·높이 조절을 나눠 제어한다.
이를 통해 차체 기울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경사면과 요철이 있는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최대 20cm 높이의 연석도 넘어설 수 있다. 상단에는 각종 장비를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마운팅 레일을 두고, 기본 배터리·제어기를 기반으로 탑 모듈을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전용 포트도 제공한다.
모베드 상용화 모델은 연구·개발용 ‘베이직(Basic)’과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프로(Pro)’ 라인업으로 나뉜다. 베이직 모델은 연구기관·개발자가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실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프로 모델은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카메라 융합 센서를 바탕으로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며 실내외 이동, 물류 배송, 촬영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전용 조종기를 통해 비전문가도 직관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모베드의 크기는 가로 74cm, 세로 115cm이며, 최대 속도는 시속 10km, 1회 충전 후 4시간 이상 운행이 가능하다.
적재중량은 라인업에 따라 47~57kg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베드 기반으로 ▲물류·배송을 지원하는 ‘모베드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와 ‘모베드 딜리버리(Delivery)’ ▲골프 카트 기능을 결합한 ‘모베드 골프(Golf)’ ▲도심 이동용 스쿠터 콘셉트 ‘모베드 어반호퍼(Urban Hopper)’ 등 다양한 활용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과 모셔널(Motional)이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도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완전 무인 상업용 차량으로, 차량이 상황을 스스로 인지·판단해 운전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주차 로봇 활용한 EV6 주차 시연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은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올해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에 본격 투입할 계획이다. 부스에서는 그룹사가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로보택시를 충전하는 과정과 현대위아 ‘주차 로봇’이 협소한 공간에 기아 EV6를 자동 주차하는 모습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ACR은 IP65 등급의 방수·방진 설계를 적용해 비·눈이 내리거나 영하 20도에서 영상 50도에 이르는 야외 환경에서도 전기차 충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위아 주차 로봇은 최대 3.4톤의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100대 이상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군집 제어 기술을 확보해 도심 주차장과 산업 현장에서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제조 현장·근로자 안전을 위한 로보틱스 솔루션도 함께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실제 조립·검수 공정을 구현한 전시존에서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해 양산 중인 산업용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직접 착용해 전동화 전용 플랫폼 E-GMP 차량의 윗보기 작업을 체험할 수 있다.
엑스블 숄더는 상부 작업 시 어깨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무동력 착용 로봇으로, 별도의 전원이나 충전이 필요 없는 토크 생성 구조를 채택했다. 근력 보상 모듈을 통해 보조력을 제공해 작업자의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각각 최대 60%, 30% 줄여 부상 위험과 피로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품질 검사 솔루션 ‘AI 키퍼(Keeper)’도 전시에 포함됐다. AI 키퍼는 스팟에 카메라·센서와 AI 분석 기능을 결합해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조립 불량과 결함을 직접 감지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차량 내부처럼 접근이 어려운 부품까지 자동으로 촬영·분석해 조립 품질 검사를 자동화하고, 작업자와 협업해 검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Stretch)’와 현대위아의 ‘협동로봇(Cobot)’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을 활용해 컨테이너 하역·팔레타이징·창고 내 이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구현한 물류 자동화 시연도 진행됐다. 스트레치는 고도화된 AI를 바탕으로 박스류 화물을 자동 인식·하역해 다양한 컨테이너·트레일러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현재 DHL, 갭(Gap) 등 글로벌 고객사에서 사용 중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는 6축 산업용 로봇으로 팔레타이징, 조립, 포장, 검사 등 다양한 공정을 수행할 수 있고, 자율주행 물류 로봇은 라이다와 3D 뎁스 카메라, SLAM 기술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고 최적 경로를 선택해 이동한다. 해당 AMR은 이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제조 공정 전반에 투입돼 물류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부스 내에서 아틀라스, 스팟, 모베드를 활용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매 시각 진행해 로봇 시연과 해설을 함께 제공했으며, 특히 스팟과 모베드가 선보인 퍼포먼스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룹은 CES 2026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모빌리티·물류 로봇과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한 피지컬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