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LVCC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더파워 이설아 기자] LG전자 류재철 CEO가 QCD·R&D 혁신과 B2B·구독·AX(인공지능전환)를 축으로 ‘수익성 기반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떠한 경쟁에도 이길 수 있는 근원적 경쟁력을 갖추고 고성과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수익성 기반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류 CEO는 “LG전자는 지난 몇 년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장기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더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왔다”며 “사업을 둘러싼 산업과 경쟁의 패러다임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는 사업 주도권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지연, 지난해 4월부터 본격화된 미국 관세 부담, 전통 제조업에서 원가·개발 속도를 앞세운 경쟁 심화,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부상 등을 거론하며 “현재 처한 경쟁 생태계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는 속도와 강한 실행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제시한 첫 번째 축은 어떠한 경쟁에도 이길 수 있는 ‘근원적 경쟁력’ 확보다. 업의 본질인 품질·비용·납기(Quality·Cost·Delivery) 경쟁력과 초격차를 만드는 R&D·기술 리더십을 전면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류 CEO는 수십 년간 쌓아온 관성을 벗어나 밸류체인 전반에서 경쟁사 대비 동등 이상 속도를 확보하고 제품력, 품질, 디자인, 원가 구조를 전방위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CEO 직속 전사 혁신 컨트롤타워인 ‘혁신추진담당’을 신설해 밸류체인 각 영역별 한계 돌파 목표와 진척률을 CEO가 직접 점검하는 구조를 갖췄다.
R&D·기술 영역에서는 단순히 유망 분야를 좇기보다 고객 가치, 사업 잠재력, 기술 경쟁력을 기준으로 ‘위닝테크(Winning Tech)’를 선정해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산업 메가트렌드가 될 분야는 선도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글로벌 수준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두 번째 축은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한 ‘고성과(High Performance)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LG전자는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 대응해 전장과 HVAC 등 B2B, 구독과 webOS 등 Non-HW, D2C·온라인 브랜드숍 등 온라인 사업을 질적 성장 영역으로 규정하고 비중을 확대해 왔다. 질적 성장 영역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9%에서 지난해 하반기 45% 수준까지 높아졌고, 영업이익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90%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장 사업은 높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되는 가운데,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넘어 AIDV(인공지능 중심 차량)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VAC 사업은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냉각 솔루션을 앞세워 미래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사업화 2년 만에 연간 수주액 5천억원을 달성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은 지난해 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고, TV 운영체제 플랫폼인 webOS 사업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webOS를 탑재한 기기 수는 2억6000만대(2.6억대)를 돌파했다. 온라인 직판 채널인 LG전자 온라인브랜드샵 역시 빠르게 안착하며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류 CEO는 이 같은 B2B, 플랫폼·구독, 온라인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축은 AX(인공지능전환)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재정의다. LG전자는 밸류체인 전반에서 경쟁 생태계를 뛰어넘는 속도와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순한 디지털전환(DX)을 넘어 AI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AX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DX가 개별 단위 업무의 최적화·가시화·이상 감지에 머물렀다면, AX는 DX로 최적화된 단위 업무를 통합해 자율 공정 등 전사 업무 혁신을 구현하는 개념이다.
회사는 2~3년 내 현재 업무 생산성을 30%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판매·SCM·구매·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 AI를 적용해 임직원이 더 고부가가치 업무와 전문성·역량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내 업무용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엘지니(LGenie AI)’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I 서비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Gemini)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접목해 단순 상담용 챗봇을 넘어 업무 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근원적 경쟁력과 미래 성장 투자는 오히려 확대하기로 했다. 단기 비용 절감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한 해 계획 중인 시설투자에 특허, 소프트웨어, IT 등 무형 투자와 인수·합병 등 전략 투자를 합친 미래 성장 투입 재원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인도 LG전자의 성공적인 현지 상장으로 유입된 대규모 현금을 AI 홈, 스마트팩토리, AIDC 냉각 솔루션, 로봇 등 보유 역량을 활용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해 투입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병행해 신규 성장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류 CEO는 “성장과 변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임 CE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AX를 포함한 전사 혁신을 통해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성과 포트폴리오 기반의 수익성 성장을 확실한 구조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