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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췌장암 유전체 분석…한국인 맞춤 치료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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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췌장암 유전체 분석…한국인 맞춤 치료 길 열었다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1-23 09:29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237명 전장 유전체 분석…예후·항암제 반응 예측 지표 제시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정광록, 이종찬 교수, 임상유전체의학과·정밀의료센터 김진호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정광록, 이종찬 교수, 임상유전체의학과·정밀의료센터 김진호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생존율이 낮고 치료 반응 예측이 어려운 췌장암에서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체 분석 결과가 나와 정밀의료 기반 맞춤 치료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췌장암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유전체와 임상 정보를 통합 분석해 예후와 항암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종별로 유전체 구성이 상당히 다름에도 그동안 췌장암 관련 유전체 연구가 서구권 환자와 수술 가능 환자 위주로 이뤄져 실제 국내 환자 집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술 여부와 병기와 상관없이 내시경 초음파 유도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얻은 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전장엑솜시퀀싱(WES)과 전장전사체분석(WTS)을 시행하고, 병기·전이 양상·치료 여부·생존기간 등 임상 자료를 결합해 유전체 특징과 질병 경과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간 전이가 동반된 환자군에서는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 변이와 염색체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췌장암 발생의 핵심 유전자로 알려진 KRAS 돌연변이의 과도한 복제가 두드러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특히 돌연변이 KRAS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된 환자의 경우 간 전이 비율이 84.6%에 달했고, 중앙 생존기간도 6.8개월에 그쳐 예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서구권 췌장암 환자 대상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패턴과도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하는 지표로는 종양변이부담(TMB)과 상동재조합결핍(HRD) 두 가지가 유효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종양에 축적된 돌연변이 수를 나타내는 TMB가 높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중앙 생존기간이 18.4개월로, 저TMB군(12.8개월)보다 5.6개월 길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가 많을수록 암세포 표면에 비정상 신호가 많이 노출돼 면역계가 암을 인지하고 공격하기 쉬워지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또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HRD 지표는 백금 계열 항암제 반응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HRD를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군은 치료 반응률이 75.0%, 중앙 생존기간이 32.7개월로, HRD 음성군(반응률 34.3%, 생존기간 12.4개월)보다 뚜렷이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더 나아가 기존 유전자 검사에서는 HRD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전체 ‘흉터’ 분석에서 HRD 양성으로 분류된 환자가 전체의 20.5%에 달했으며, 이들 역시 백금 계열 항암제에 66.7%의 높은 반응률을 보여 두 지표를 병행하면 치료 혜택이 기대되는 환자군을 더 넓게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진혁 교수는 “유전체 구성은 인종에 따라 크게 달라 외국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하면 치료 효과나 예후를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며 “이번 국내 대규모 췌장암 유전체 자료는 췌장암뿐 아니라 여러 암종에서 한국인 환자에게 최적화된 정밀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암 분야 국제학술지 ‘Cancer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 성과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소개됐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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