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 AI 기업인 코히어(Cohere)와 인공지능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필립 제닝스(Philip Jennings)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이반 장(Ivan Zhang) 코히어 공동 창업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빅터 피델리(Victor Fedeli)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더파워 이설아 기자] 한화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철강·인공지능(AI)·우주·위성통신 기업들과 손잡고 대규모 산업 협력 구상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산업 협력 포럼’에서 철강·AI·위성통신·우주·전자광학 등 5개 분야 현지 핵심 기업과 전략적 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 및 MOU 체결식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 정부 특사단이 참석했다. 정부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을 국가 전략 수출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자리로, 캐나다 측에서는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필립 제닝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 등이 함께해 첨단·전략 산업 분야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과 캐나다 양국은 교역과 투자 확대를 넘어 AI 전환,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 청정에너지 전환, 경제 안보 강화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 분야 전략적 협업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북미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교두보를, 캐나다는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관 장관은 “한국과 캐나다 자동차 기업들은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온 만큼, 캐나다의 재생에너지와 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인프라 구축·수소차 보급 등 수소경제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내연차·전기차·수소차 전 분야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주도하는 5개 분야 MOU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사 알고마 스틸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지원을 위한 MOU를 맺고, 수주를 전제로 현지 강재 공장 건설과 잠수함 건조·정비(MRO) 인프라에 필요한 철강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약 3억4500만캐나다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캐나다 대표 철강 기업과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협력”이라며 “현지에 안정적인 철강 생산 기반과 인프라를 구축해 미래 세대까지 신뢰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 유니콘 AI 기업 코히어와도 3자 MOU를 체결했다. 코히어가 보유한 대형언어모델(LLM)과 대형멀티모달모델(LMM)을 기반으로 생산 계획·설계·제조 등 조선 산업 전 과정과 잠수함 시스템 통합·운용에 특화된 AI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코히어는 엔비디아, 오라클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업용 AI 전문 회사로, 기업가치는 7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통신·우주·전자광학 분야 협력도 병행된다. 한화시스템은 위성통신사 텔레셋과 저궤도(LEO) 위성통신 협력 MOU를 체결해 통신위성 제조·단말 기술과 텔레셋의 위성망 운용·설계 역량을 결합한 차세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 나선다.
두 회사는 한국의 ‘군 저궤도 위성통신 체계’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텔레셋은 2026년까지 198기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한화시스템은 MDA 스페이스와 방산·안보 목적의 위성·우주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MDA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SDS) 플랫폼 ‘오로라’와 한화시스템의 방산전자·우주 시스템 역량을 결합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과 연계한 잠수함 작전용 보안 통신, 데이터 복원력, 지휘·통제 기능 등이 포함된다.
전자광학 기업 PV 랩스와는 안보 분야에 활용될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기술 고도화를 골자로 한 MOU를 맺었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는 “해양·위성·AI·보안 부문에서 축적한 잠수함 운용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이 캐나다의 글로벌 경제·안보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업 협력 패키지는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사업 입찰 조건으로 강조하는 현지 산업 참여와 절충교역(ITB), 이른바 ‘바이 캐네디언(Buy Canadian)’ 기조에 맞춘 모델로 평가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KPMG는 한화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와 연계된 철강·위성·AI·MRO 등 산업 협력 방안이 실행될 경우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캐나다 현지에서 누적 연인원 기준 20만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단순 잠수함 건조를 넘어 캐나다 전략 산업 전반에 미치는 장기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