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상속세 세율 인하 논의가 국회에서 멈춰선 가운데, 제도 전면 개편 없이도 납부 방식만 손질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현행 상속세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속세수가 2024년 9.6조원에서 2072년 35.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연부연납 기간 연장과 상장주식 현물납부 허용 등 납부방식 다양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총세수 대비 상속세 비중도 0.29%에서 2.14%로 높아졌다. 과거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된 세목이 점차 중산층까지 체감하는 세금으로 변한 셈이다. 상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와 정부 세수추계 변수 등을 토대로 2072년까지 상속세수를 분석한 결과, 상속세수가 2024년 9.64조원에서 2040년 21.30조원, 2062년 38.35조원으로 빠르게 증가한 뒤 2072년 35.78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상속세와 직결되는 70세 이상 사망자 수가 2025년 26.4만명에서 2072년 68.7만명으로 2.6배 늘어나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197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도 확인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자본 축적을 저해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세율 인하 대신 납부방식 개선만으로도 실질 부담을 완화하고 자본 유출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상의가 제시한 납부방식 다양화 방안은 세 가지다. 우선 현재 일반재산에 대해 최대 10년까지만 허용되는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거나 최소 5년 거치 후 분납하는 구조를 도입해 납세자의 연간 상환 부담을 낮추자는 내용이다. 둘째로는 비상장주식에만 허용되는 물납 제도를 상장주식으로 확대해 보유 주식을 활용한 상속세 납부를 허용하고, 셋째로는 상속 주식 평가 시 상속기준일 전후 각 2개월로 제한된 시세 평균 기간을 전후 2~3년 수준으로 넓혀 일시적 주가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왜곡을 완화하자는 제안이다.
연부연납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상속세액 2000만원 초과 시 적용되는 연부연납은 현재 가업상속 중소·중견기업에만 최대 20년 분납 또는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 혜택이 주어지고, 개인과 대기업의 일반재산은 거치 없이 10년 분납만 가능하다. 상의 분석에 따르면 일시납부를 100으로 볼 때 일반재산 10년 분납의 실질부담률은 70% 수준인 반면, 가업상속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되는 20년 분납은 51.4%,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은 32.3%까지 떨어져 분납 기간에 따라 부담률이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상의는 이를 두고 “현행 제도가 일반 국민과 다수 기업에 불합리한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부연납 기간 확대가 가져올 거시경제 효과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연부연납 기간을 늘려 상속세의 연간 부담을 낮추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확대돼 국내총생산 증가폭이 상속세수 감소분을 크게 상회하고, 경제 전체에는 연간 최대 15.4조원 수준의 순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국내 조세 전문가는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 도입 같은 상속세제 근본 개편은 정치·사회적 제약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납부방식 개선만으로도 기업 승계에 따른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경감하면서 상당한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세제개편 논의에서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부연납 이자 성격의 가산금 인하 필요성도 언급됐다. 상속세 연부연납 시 매년 납부 후 남은 세액에 대해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국세환급가산금 요율이 적용되는데, 올해 기준 이 비율은 연 3.1%다. 상의는 상속세 연부연납은 납부기간이 장기간이라는 특성이 있는 만큼, 현재 가산율이 과중하다며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상장주식에만 허용되는 현행 상속세 물납을 상장주식까지 확대해 현금흐름 부담을 줄이고, 상속 주식 평가 시 단기 시세 변동에 따른 과세 왜곡을 줄이기 위해 장기 평균 가격을 반영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 투자 위축, 주가 부담, 경영권 매각 등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상속세 납부방식 개선만으로도 납세자의 실질 부담을 크게 줄여 기업 투자 확대와 경제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납부 방식의 유연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