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초기 수혜의 무게중심은 완성형 제조사보다 관절 액추에이터와 로봇핸드 같은 핵심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개선 수요가 맞물리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1만3000대 수준으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26년에는 Tesla의 Optimus Gen3 공개와 생산 확대, 중국 Unitree와 AGIBOT의 기업공개 추진 등 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초입에서 자동차 업종의 투자 포인트도 완성차 그 자체보다 ‘몸을 움직이는 부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휴머노이드가 단순 하드웨어가 아니라 ‘피지컬 AI’라는 점이다. 몸체를 움직이는 물리 영역과 이를 제어하는 AI가 동시에 맞물려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를 ‘몸을 가진 AI 애플리케이션’으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시장에선 부가가치가 몸체 자체보다 AI 모델, 칩,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생태계 같은 상단 스택에 더 몰리는 흐름이 나타난다.
테슬라와 샤오펑은 AI 모델과 칩, 데이터센터를 상당 부분 내재화한 Tier1에 가깝고, Figure AI나 Unitree, UBTech는 자체 모델을 갖춘 Tier2·Tier3 성격이 강하다.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전히 외부 AI 생태계 의존도가 남아 있는 편으로 평가된다.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이 지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치도 선명해진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축으로 양산형 Atlas를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하려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로봇의 피지컬’을 잘 만드는 전통 제조업 역량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엔비디아와의 공동 투자, 구글 딥마인드의 Gemini Robotics Model 도입, 데이터센터와 RMAC 구축 등으로 AI 영역을 빠르게 보강하고 있지만, 핵심 AI 스택의 소유권과 내재화 측면에서는 아직 과제가 적지 않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차원의 AI 내재화를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싸움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전이고, 현 주가에는 전통 제조업을 넘어 피지컬 AI 신사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는 진단이 뒤따른다.
그래서 시장의 시선은 완성차보다 부품사로 먼저 향한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원가경쟁력의 승부처가 관절 액추에이터와 로봇 손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제조원가에서 선형 액추에이터가 30%, 회전형 액추에이터가 27%, 손이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와 프레임 10%, 힘 제어 및 인지 시스템 15%와 비교해도 관절과 손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결국 로봇 한 대의 원가를 얼마나 낮추고 동작 성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초반 경쟁의 핵심인데, 이 영역은 자동차 부품 설계와 양산 경험이 풍부한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인지 센서와 생성형 AI 모델을 연결 짓는 low-latency AI Chipmaker 업계의 영역/자료: Nvidia, 키움증권 리서치
이미 중국 Unitree의 G1은 1만60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반면 Tesla Optimus Gen2는 현재 들어가는 중국산 부품을 비중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제조원가가 기존 대비 3배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모델 경쟁력에서는 미국 진영이 앞설 수 있어도, 하드웨어 가격경쟁력에서는 중국과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방 진영이 공급망 탈중국을 본격화할 경우 자동차 부품 양산 경험을 가진 한국 업체들에 프로젝트 수주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HL만도, 에스엘, 삼현, 화신 등이 휴머노이드용 부품 사업을 검토하거나 연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부각되는 곳은 현대모비스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약 11%를 보유하고 있고, Atlas용 관절 액추에이터 납품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완성차는 기존 자동차 사업 규모가 워낙 커 휴머노이드 가치가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곧바로 반영되기 어렵지만, 부품사는 프로젝트 단위 가치 산정이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계열사 납품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한 만큼, 결국 휴머노이드 부문에서도 비계열 수주 확대가 관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병목은 손과 촉각 센서다. 걷고 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처럼 물체의 질감과 마찰, 강성, 무게를 감지하고 힘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진짜 상용화가 가능하다. 지금의 휴머노이드는 손가락 끝 압력센서나 카메라 기반 센서를 조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인간 피부처럼 손 전체에서 촉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힘을 제어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인간의 촉각 기억 시스템은 피부 전체를 통해 학습된 촉각 정보를 통일해 파지 시 필요한 힘의 강도를 직관적으로 예측. 로봇 손은 각기 다른 구조의 촉각 센서에서 취합된 정보를 통일하는 기술이 장벽./자료: Nature, 키움증권 리서치
일본 XELA Robotics처럼 손 전체에 적용되는 3D 촉각 센서를 연구하는 업체도 있지만 상용화는 아직 초기다. 테슬라가 Optimus Gen3에서 손바닥까지 감지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시도다. 차세대 촉각 센서를 먼저 제품화하는 기업이 등장하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일본은 ASIMO 시절 휴머노이드 선두주자였지만 상용화 국면에서는 미국과 중국보다 한발 늦다. 다만 이를 기술력 부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일본 산업계는 시장 개화 시점과 수익화 속도가 불확실한 분야에서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도 도요타가 무리한 올인 대신 HEV 중심 전략으로 성과를 낸 것과 비슷한 그림이 휴머노이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대신 일본은 완성형 양산 경쟁보다 데이터, 플랫폼, 손과 팔 같은 병목 부품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AIRoA에는 도요타, KDDI, 히타치, 파나소닉, 덴소, NEC, 후지쓰 등이 참여해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중이고, KyoHA는 일본산 공급망만으로 휴머노이드를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커넥터, 배선, 프로세서, 모터, 감속기까지 역할 분담형 구조를 짜고 있다. 도요타 역시 TRI를 중심으로 로봇 행동 모델을 개발하고 캐나다 공장에서는 Agility의 Digit을 들여와 현장 실증을 병행하고 있다.
결국 휴머노이드 초기 수혜는 ‘누가 로봇을 더 멋지게 만드느냐’보다 ‘핵심 부품을 누가 더 싸고 정교하게 공급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완성형 제조사는 AI 내재화와 수직계열화라는 긴 싸움에 들어가야 하지만, 부품사는 액추에이터와 로봇핸드, 촉각센서 같은 피지컬 영역만으로도 먼저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증명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대의 첫 수혜주 판이 완성차보다 부품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