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진짜 병목이 배터리로 떠오르면서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전지가 다음 수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이제 막 양산 초입에 들어섰지만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변수는 AI만이 아니다. 오히려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순간 더 오래 움직이고, 더 빨리 충전하며, 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1만3368대로 집계됐고, AGIBOT 5168대, Unitree 4200대, UBTech 1000대 등 중국 상위 3개 업체가 약 78%를 차지했다. 엔터테인먼트와 공연, 데이터 생산 및 연구, 지능형 제조, 서비스·안내, 물류·창고 등 적용 분야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확장의 바닥에 결국 배터리 성능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테슬라는 시장의 시계를 앞당기는 핵심 플레이어로 거론된다. Optimus Gen3는 2026년 상반기 생산 준비가 마무리되는 단계로 분석됐고, 생산량은 올해 수천 대 수준에서 시작해 2026년 말 5만~10만대 생산능력 확보가 거론된다. 장기 목표는 연 100만대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를 서둘러 시장에 내놓으려는 이유는 판매 그 자체보다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나오는 행동 교정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FSD와 마찬가지로 현장 데이터가 성능 고도화의 핵심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시장 전망(2025-2040년 케미스트리별 구분)/자료: SNE Research,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하지만 로봇이 공장과 물류 현장, 사람과 같은 생활 공간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배터리 제약을 먼저 넘어야 한다. 현재 상용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한 번 충전에 2~4시간 정도 가동되고, 보행과 물체 운반, 균형 유지 같은 고부하 작업에 들어가면 실질 작동 시간은 1~2시간으로 짧아진다.
Optimus의 배터리 팩 용량은 약 2.3kWh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산량이 5000대면 11.5MWh, 5만대면 115MWh, 100만대면 2.3GWh 안팎의 배터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슬라는 잔량 20% 수준에서 로봇이 스스로 도킹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충전하는 24시간 자율 충전 방식을 도입했고, 5% 이하에서는 비상 전력 모드로 전환하는 구조도 적용했다. 휴머노이드 상용화는 결국 오래 움직이고, 알아서 충전하고, 갑자기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터리의 요구 조건은 전기차보다 오히려 더 까다롭다. 팩을 몸통 중심부에만 넣어야 해 에너지밀도는 높아야 하고, 보행과 균형 제어, 낙상 회피, 손 조작, AI 연산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순간 출력도 커야 한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안전성 기준도 훨씬 엄격하다.
주요 휴머노이드의 배터리 스펙/자료: 포스코, 키움증권 리서치
현재 휴머노이드 전체 전력 소비에서 관절 액추에이터가 55~70%, AI 컴퓨팅이 10~20%, 센서가 5~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3kWh 배터리를 단 로봇이 평균 600~900W 수준으로 움직이면 2.5~3.8시간을 버틸 수 있지만, 평균 전력이 1.5~2kW로 올라가면 1~1.5시간, 2.5~3kW 수준이면 1시간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빠른 보행이나 계단 이동, 15~20kg 반복 운반 같은 작업이 배터리를 가장 빠르게 소모하는 이유다.
그래서 중단기적으로는 LFP보다 고출력 리튬이온 계열, 특히 NCMA·NCA 기반 원통형 셀이 유력한 경로로 꼽힌다. 휴머노이드는 전기차보다 순간 출력 요구 수준이 훨씬 높고, 절대 용량이 크지 않은 팩에서 얼마나 높은 순간 전력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느냐가 핵심 성능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4680처럼 차량용 대형 셀을 그대로 쓰기보다 2170 계열 등 고출력 원통형 셀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이다. 무게중심 관리가 중요한 몸통 구조상 셀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팩 레이아웃 자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로봇용 배터리 시장의 초기 수혜축으로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가 먼저 거론된다.
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단순 탑재용만이 아니라 교체 배터리와 운영용 추가 팩까지 포함한 휴머노이드용 총 배터리 수요는 2030년 기준 약 3~8GWh로 추정된다. 보수적 시나리오는 3.18GWh, 기준 시나리오는 7.99GWh다.
2025년 0.03GWh 수준에 불과한 시장이 2035년에는 36.8~70.32GWh, 2040년에는 122~295.84GWh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2030년에도 0.1~0.3% 수준에 그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작지만, 서사와 기대가 먼저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반복 매출 구조다. 휴머노이드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수명이 짧을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가 통상 1500~2000사이클, 교체 주기 8~15년으로 보는 반면, 휴머노이드는 800~1500사이클, 교체 주기 1.5~3년 수준으로 제시된다. 하루 2회 충전이면 1.5~3년, 하루 3회 충전이면 1~2년 수준까지 짧아질 수 있다.
결국 휴머노이드 1대에 2.5kWh 팩이 들어가더라도 실제 시장 수요는 예비 팩과 교체용까지 합쳐 6~7kWh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기 탑재보다 교체 수요가 장기 성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전지가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전고체 전지는 이론적으로 500Wh/kg, 1000Wh/L 수준의 에너지밀도와 높은 안전성을 함께 노릴 수 있어 휴머노이드에 잘 맞는다. 특히 로봇은 배터리 용량이 1~3kWh 수준으로 작아 생산량이 제한적인 초기 전고체 전지를 먼저 적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전기차처럼 60~100kWh짜리 팩이 필요한 시장보다 수만 대 휴머노이드에 먼저 넣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배터리 무게가 전체 로봇 무게의 15~30%를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밀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작동 시간과 열관리, 토크 여유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가격 부담도 전기차보다 덜하다. 3kWh 기준으로 보면 셀 단가가 다소 높아져도 전체 시스템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삼성SDI가 가장 앞선 사례로 거론된다. 전고체 브랜드 ‘솔리드스택’을 내세워 로봇 가동 시간을 8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고, 2027년 하반기 양산 계획도 유지하고 있다. 적용 우선순위도 전기차보다 로봇과 드론, HAPS 같은 특수 목적용 애플리케이션에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SK온은 2029년을 각각 전고체 양산 시점으로 제시했다.
중국에선 Xpeng IRON, GAC GoMate, EVE Energy, CATL, WeLion 등이 전고체 또는 반고체 적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책도 산업 방향을 밀어주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혁신 시스템 구축, 2027년까지 신뢰 가능한 공급망 체계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상하이는 대규모 펀드까지 출범시켰다.
한국도 2025년 4월 K-Humanoid Alliance를 출범시켜 2030년까지 1조원 이상 민관 투자를 유치하고, 2029년 연 1000대 이상 양산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은 양산보다 데이터 생태계와 기반 모델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추가 전략 발표가 예고돼 있다.
이 흐름을 종합하면 초기 시장의 승부는 출하 대수보다 배터리 성능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1만대 남짓한 작은 시장이지만 짧은 가동 시간과 잦은 교체 수요 때문에 배터리는 이미 가장 선명한 병목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시대의 다음 수혜주는 로봇 제조사 자체보다 하이니켈,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처럼 배터리 기술을 쥔 기업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