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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단상’

손영욱 기자

기사입력 : 2026-05-14 14:31

40년 지나도 끝나지 않은 5·18의 외침…“누가 오월 정신을 지키고 있나”

▲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우리 사회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끝내 답을 말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고…. 이 문장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본질을 가장 처절하고도 깊게 설명하는 시대의 증언이다.

1980년 5월 광주는 피로 물들었다. 신군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속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쓰러졌다. 학생과 노동자, 평범한 가장과 청년들까지 이름 없는 시민들이 국가 폭력 앞에 희생됐다. 총소리와 비명, 피와 눈물이 뒤섞인 광주의 시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광주는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죽어간 이들의 희생은 살아남은 이들을 일으켜 세웠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거대한 불씨가 됐다. 군부독재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지만 광주의 희생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민주주의의 씨앗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이어진 민주화운동의 중심에는 늘 광주의 오월 정신이 있었다.

오늘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인권, 표현의 자유와 선거권 역시 광주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한강 작가의 말처럼 죽은 자들이 산 자를 살려낸 셈이다. 광주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민주주의 역시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논의는 단순한 정치적 상징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국민들의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에 새기자는 역사적 선언이며,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자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이미 여러 차례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대선 때마다 여야 정치인들은 빠짐없이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5·18 정신은 헌법 밖에 머물러 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정치권은 정쟁만 반복했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국민의힘내부의 반대 기류는 여전히 높은 벽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말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역사를 헌법에 담는 문제조차 아직 합의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안타까운 것은 광주 정치권의 무기력함이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과연 정치 생명을 걸고 이 문제를 싸워왔는지 시민들은 묻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정치인들은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 정신 계승’을 외치지만, 정작 국회 안에서는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거대 정당의 논리 속에서 침묵하거나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채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는 특정 지역의 역사가 아니다.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국민 모두의 역사다. 국가 폭력에 맞서 시민들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일부 정치권에서 5·18 정신을 이념과 진영 논리로 바라보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보상이 아니다. 국가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그 희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헌법 전문 수록은 바로 그 상징이다. 광주의 희생을 기념식장의 구호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시민들의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속에 새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정치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40여 년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광주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은 자들이 이미 산 자들을 살려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산 자들의 몫이다. 정치권이 더 이상 역사 앞에서 침묵과 계산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광주의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에 온전히 새기는 일,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다.

손영욱 더파워 기자 son4909@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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