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민생 안정과 구조혁신 과제 추진을 병행하기로 했다. 농림분야 안전재해 감축 대책과 전남 장성 첨단 데이터센터 건설 등 지역투자 프로젝트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재정경제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전쟁 관련 대응 상황,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7호 프로젝트 신속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경제 성장세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동전쟁 영향을 반영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8%로 낮췄지만,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1.7%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반도체 등 수출과 함께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으로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라며 “OECD는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 전망도 올해 52.0%에서 48.2%로, 내년은 55.0%에서 50.2%로 큰 폭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흐름도 회의에서 거론됐다. 구 부총리는 4월 경상수지가 28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웃돌았고, 1~4월 누적 경상수지도 1026억7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과 민생물가 부담을 감안해 대응 강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 영향 등 민생경제를 더욱 단단히 챙기는 한편,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초혁신경제 추진과 지역투자, 구조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과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도 다뤄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농업분야 안전재해를 2024년 대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4년 기준 농업분야 안전재해 사망만인율은 2.99‱로, 타 산업 0.98‱의 약 3배 수준이다.
농업분야 사망사고는 농기계 사고와 낙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원인별 사망자는 농기계 사고 174명, 낙상 55명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농가 고령화와 농작업 기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우선 농기계 안전기준을 강화한다. 파쇄기에는 기존 버튼식 수동 안전장치 대신 신체접촉식 또는 인체감지식 자동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지게차와 굴착기에는 운전자 보호구조물 설치를 의무화하고, 트랙터 등 승용형 농기계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시 경보음이 발생하는 장치를 도입한다.
경운기 사고를 줄이기 위한 구조개선과 노후기계 폐차지원도 검토된다. 보행형 경운기를 핸들형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야간 운행 안전을 위해 반사판 설치 기준도 자동차·건설기계 수준으로 강화한다.
농기계 유통·사용 단계 점검도 확대한다. 판매 중인 농기계 검정 대상은 지난해 12기종 299모델에서 올해 14기종 350모델로 늘어난다. 판매 후 사용단계 조사 대상도 기존 임대사업소 447개소에서 농업인 1000여 명까지 확대된다.
축사와 농업시설 안전관리도 강화된다. 돈사 환기팬, 송기마스크, 펌프 교체용 도르래, 우사 채광창 덮개, 안전고리 등 축산시설 안전장비 설치를 확대하고, 슬러리피트와 분뇨처리장 등 질식·추락 위험이 큰 시설에는 정기적·의무적 점검을 추진한다.
취약계층 안전관리 대책도 포함됐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대상 연령은 기존 51~70세에서 51~80세로 확대된다. 고령농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91개 시·군에서 예방요원 1149명을 선발하고, 왕진버스 사업은 지난해 91개 시·군 264회에서 올해 112개 시·군 353회로 확대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비자 신청 단계에서 근로자와 배정 농가의 안전체크리스트 제출을 의무화하고, 모바일 기반 안전진단 체계를 구축한다. 안전체크리스트에는 농기계 사용 유의사항, 폭염 시 작업요령, 작업장 안전상태, 폭염 조치사항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농작업 안전관리 패러다임도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가칭 ‘농작업 안전증진 및 재해예방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농업인안전보험 보상 수준을 산재보험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7호 프로젝트로는 전남 장성 첨단 데이터센터 사업이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전남 장성군 남면 삼태리 일원에 데이터센터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3959억원이다. 자본금 1000억원과 대출금 2959억원으로 구성되며, 전라남도와 장성군은 자본금 중 8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는 수전용량 26MW, IT부하 16.7MW 규모로 조성되며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등에 임대하고 전력, 항온항습 등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해당 센터를 향후 수전용량 60MW까지 확장해 지역 AI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2026년 2월 착공했으며, 2026년 4월 말 기준 공정률은 9.21%다. 정부는 2027년 12월 준공과 3개월 안정화를 거쳐 2028년 3월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지방재정 투자심사 면제 트랙을 적용한다.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 이후 전문기관 검토와 행정안전부 협의면제 결정·통보 절차를 거쳐 전남도와 장성군의 특수목적법인 출자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정부 등이 조성한 모펀드를 마중물로 민간투자를 유치해 모펀드 대비 10배 이상 규모의 지역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2026년 모펀드 규모는 2000억원이며, 현재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8개 프로젝트가 선정돼 있다. 예상 총사업비는 약 3조6000억원이다.
정부는 장성 첨단 데이터센터가 지역 산업의 AI 전환과 첨단기업 유치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추진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약 80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3000명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앞으로 중동전쟁 영향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을 점검하면서 민생경제 안정에 대응하고, 농업 안전관리와 지역투자 같은 구조혁신 과제를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