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최근 산업현장, 병원, 어린이집, 건설현장 등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의가 없었으니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은 특정 직업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도 점점 엄격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건설현장에서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다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 책임자는 사고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안전관리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형사처벌이 이루어졌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적시에 확인하지 못해 중대한 후유장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의료진은 불가피한 합병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이처럼 의료사고,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은 형법 제268조에 규정되어 있다. 업무상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 성립한다. 일반 과실치사상보다 무겁게 처벌되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은 “고의가 없으면 무죄”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업무상과실치사상은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이다. 따라서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충분히 위험을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이다. 즉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의무 위반이 실제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위험 요소를 알고도 방치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산업재해 사건에서는 안전교육 실시 여부, 작업지침 준수 여부, 위험성 평가 자료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의료사고에서는 진료기록, 수술기록, 의료감정 결과가 핵심 자료가 된다. 결국 사고 자체보다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어떤 예방 조치를 했는지가 중요하게 검토된다.
또한 최근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도 강화되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뿐 아니라 별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까지 함께 문제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대로 모든 사고가 곧바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이나 불가항력적 사고였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과실이 부정될 수 있다. 또한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모두 이행했다면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무에서는 사고 직후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초기 진술, 사고보고서, CCTV 확보, 안전관리 자료 정리가 향후 수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실수였다”는 설명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사고 발생 경위와 예방 조치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판단하는 형사사건이다. 이미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거나 산업재해·의료사고와 관련된 조사를 받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시 업무 환경과 안전조치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부터 정확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에 따라 무혐의와 형사처벌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