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9세 69.2% 장래 근로 희망…절반 이상은 “생활비에 보탬”
월평균 연금 88만원 그쳐…고령층 취업자 1012만5000명으로 증가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생애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떠나는 나이는 평균 53세였지만, 고령층이 실제로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나이는 평균 73.6세였다.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약 20년간 노동시장에 남아야 하는 노후의 현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일하고 싶은 이유도 자아실현보다는 생계에 가까웠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받은 연금은 월평균 88만원에 그쳤다.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인구는 170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만명 증가했다. 전체 15세 이상 인구의 37.0%가 고령층으로, 비중은 2016년 28.5%에서 10년 만에 8.5%포인트 높아졌다.
고령층 취업자는 1012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5000명 늘었다. 고령층 취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8%에 달했다. 취업자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55~79세인 셈이다.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0.9%, 59.5%로 전년과 같았다. 다만 연령별로는 55~64세 고용률이 71.5%로 0.4%포인트, 65~79세는 47.8%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인구 증가와 함께 65세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무는 사람이 늘면서 고령층 취업자 수가 확대됐다.
고령층 취업자가 가장 많이 몰린 산업은 보건·사회·복지 분야였다. 전체 고령층 취업자의 14.8%인 149만8000명이 종사해 전년보다 15만5000명 늘었다. 제조업은 12.0%, 도·소매업은 10.0%, 농림어업은 9.8%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26만1000명으로 전체 고령층 취업자의 22.3%를 차지했다. 서비스 종사자가 15.3%,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가 12.1%로 뒤를 이었다.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와 비교하면 고령층의 단순 노무 종사자 비중은 8.5%포인트 높았지만 전문가·관련 종사자는 11.7%포인트, 사무 종사자는 9.1%포인트 낮았다.
오래 일했다고 해서 주된 일자리를 정년까지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생애 취업 경험이 있는 고령층 가운데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에서 지금도 근무하는 비중은 30.5%에 불과했다. 나머지 69.5%는 이미 해당 일자리를 그만둔 상태였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17년7.1개월이었다. 남자는 21년8.6개월, 여자는 13년7.1개월로 8년 넘게 차이가 났다. 30년 이상 근속한 비중도 남자는 32.8%였지만 여자는 12.5%에 그쳤다.
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나이는 53.0세였다. 남자는 55.3세, 여자는 51.1세로 조사됐다. 임금근로자는 평균 52.1세에 주된 직장을 떠난 반면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56.2세까지 일했다.
업종별 퇴직 연령 격차도 컸다. 광업·제조업 종사자는 평균 49.3세에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어업은 59.1세, 건설업은 55.1세였다. 직업별로는 사무 종사자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이 45.4세로 가장 낮았고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는 60.8세로 가장 높았다.
퇴직 사유는 자발적 은퇴보다 일자리 사정과 건강 문제에 집중됐다. 사업 부진과 조업 중단, 휴·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고 건강 악화가 22.1%,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가 15.2%였다. 정년퇴직은 13.2%에 불과했다.
남성은 사업 부진·휴폐업이 27.4%, 정년퇴직이 21.4%로 높았다. 여성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26.7%로 가장 많았고 건강 악화가 25.5%를 차지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노동을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한 사람은 1178만2000명으로 전체의 69.2%였다. 현재 취업자의 93.4%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근로 희망 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현재 55~59세는 평균 69.7세까지, 60~64세는 71.9세, 65~69세는 75.0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다. 이미 75~79세인 고령층도 평균 82.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였다. 장래 근로 희망자의 53.4%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일하는 즐거움은 36.7%, 무료해서는 4.3%, 사회가 필요로 한다는 응답은 3.2%였다.
연금만으로 노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도 확인됐다.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은 55~79세는 896만9000명으로 전체의 52.7%였다. 월평균 수령액은 88만원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성별 격차는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남성의 월평균 연금은 113만원이었지만 여성은 61만원에 그쳤다. 여성 연금 수령자의 52.3%는 월 25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을 받았으며, 월 150만원 이상을 받는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고령층이 희망하는 일자리의 조건도 임금만을 향하지 않았다. 일자리 선택 기준으로는 ‘일의 양과 시간대’가 30.8%로 가장 높았고 임금수준 20.3%, 계속 근로 가능성 16.3% 순이었다. 고령층에게는 얼마나 많이 받느냐만큼 몸 상태에 맞춰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희망하는 고용 형태는 전일제 51.7%, 시간제 48.3%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남성은 전일제 희망 비중이 65.1%였지만 여성은 시간제가 63.7%로 더 높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시간제 선호도 커져 75~79세의 80.8%가 시간제 일자리를 원했다.
희망 임금은 월 300만원 이상이 23.3%로 가장 많았고 200만~250만원 미만이 18.0%로 뒤를 이었다. 남성은 300만원 이상을 희망하는 비중이 34.9%로 가장 높았지만 여성은 100만~150만원 미만이 21.0%로 가장 많아 성별 임금 기대치에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