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원화 가치 상승에도 반도체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수출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D램 수출가격은 1년 전보다 270% 넘게 뛰었고 플래시메모리도 248% 상승했다. 반면 수입물가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함께 내려 전월보다 1%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2026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서 지난달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가 전월보다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9.1%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0%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7% 상승했다.
수출물가 상승은 환율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 가격 상승세가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7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97.43원으로 6월 1527.30원보다 2.0%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가격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 상승이 이를 상쇄했다.
공산품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1.1% 올랐다. 이 가운데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4.8%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4.8% 올랐지만 화학제품은 3.8%, 1차금속제품은 3.9%, 운송장비는 1.9% 각각 떨어졌다. 농림수산품도 1.7%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D램 수출가격은 전월보다 6.6% 올랐고 컴퓨터기억장치는 17.6%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D램은 270.3%, 플래시메모리는 248.1% 급등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수출물가 전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22.3% 올라 주요 공산품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61.5%, 1차금속제품은 28.1%, 화학제품은 22.7% 상승했다.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7월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3.0%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8% 올랐다.
반대로 수입물가는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7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6.75달러로 6월 79.45달러보다 3.4% 떨어졌다.
원재료 수입물가는 원유 가격 하락에도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광산품은 0.9%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이 한 달 새 24.8% 급등한 반면 원유 가격은 4.8% 떨어졌다.
중간재에서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과 1차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2% 떨어졌다. 석탄 및 석유제품은 3.9%, 1차금속제품은 3.8%,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2.2% 하락했다.
다만 일부 생활 관련 품목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커피 수입가격은 전월보다 8.1% 올랐고 휴대용전화기는 10.2% 상승했다. 2차전지도 2.8% 올랐다. 반면 쇠고기는 6.0% 하락했다.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로는 두 달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6월 4.2% 떨어진 데 이어 7월에도 1.0%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여전히 18.7% 높은 수준이다.
수출입 물량은 모두 증가했다. 7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0.0% 상승했고 수출금액지수는 64.2% 뛰었다. 반도체 등이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량이 25.2% 늘어난 가운데 수출금액은 154.2% 급증했다.
기계 및 장비의 수출물량은 10.5%, 운송장비는 6.9%, 1차금속제품은 5.2% 증가했다. 반면 석탄 및 석유제품은 9.3%, 농림수산품은 5.4% 감소했다.
수입물량지수도 1년 전보다 14.7% 올랐다. 광산품이 27.8%,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31.4%, 기계 및 장비가 30.7% 증가했다. 반면 운송장비는 10.4%, 석탄 및 석유제품은 23.3% 줄었다.
수입금액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5.8% 상승했다. 광산품 수입금액이 49.2%,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41.5% 증가했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1년 전과 비교한 교역조건도 크게 개선됐다. 7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4.7% 상승했다. 시차를 반영한 수출가격이 36.8% 오른 반면 수입가격 상승률은 9.7%에 그친 영향이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6.9% 하락했다.
수출물량 증가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9.7% 상승했다. 수출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뿐 아니라 전체 수출로 확보할 수 있는 수입 능력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