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 낭비 줄이고 감사 본연 기능 강화해야"… 자료요구 기준 마련·중복 제출 제한 등 제도개선 촉구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정·행정감사 기간 행정력 낭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공노총)
[더파워 이강율 기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공주석, 이하 공노총)은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국정·행정감사 기간 행정력 낭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공노총이 올해 추진 중인 정책토론회 시리즈의 세 번째 행사로, 국정감사와 행정감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과도한 자료 요구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입법기관과 행정기관 간 상호 존중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조정찬 입법Q&A 대표는 '국정감사 수감관행 실태조사 및 입법·행정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정감사와 지방의회의 행정감사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와 촉박한 제출기한, 반복·중복 자료 요구 등으로 인해 실무 공무원의 업무 부담과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지난 5월 공노총 조합원 8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국정감사 자료 제출 준비가 "초과근무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국가직·소방직 45%, 광역시·도 5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연평균 10일 이상 초과근무를 했다는 응답은 각각 36%, 34%였으며, 이미 제출한 자료와 유사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요구받은 경험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행정감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자료 제출 준비가 초과근무 없이는 어렵다는 응답이 광역시·도 61%, 시·군·구 66%, 광역시·도교육청 59%로 나타났으며,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료를 세 차례 이상 다시 제출한 경험도 절반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대표는 현장 사례로 감사나 업무보고 전날 갑작스럽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실무자를 의원회관으로 불러 설명과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 이미 제출한 과거 연도 자료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사례 등을 소개했다. 또한 질의 내용을 늦게 전달받아 실무 공무원들이 밤샘 대기와 답변자료 작성에 투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방안으로 자료 제출 요구 시 제출 이유와 범위, 기준일, 제출 기한을 명확히 하고 중복 자료 제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긴급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7일 이상의 자료 준비기간을 보장하고, 국정감사 질의 요지를 48시간 전에 통지하는 제도와 전자적 자료 제출 원칙 도입 등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김명수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매년 국정감사 시기마다 방대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행정력이 소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사무와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 요구가 이뤄지고 있어 불필요한 행정부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과도한 자료 요구 제한 기준 마련, 국가사무와 지방고유사무의 명확한 구분, 충분한 준비기간 보장,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무원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채널 마련 등을 제도개선 과제로 제안했다.
주한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국가데이터처지부 위원장은 국정감사 과정에 의원실 보좌진과 국회 연락관, 피감기관 담당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만큼 상호 역할과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관행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료 제출 창구를 일원화하고 보안성 검토 절차를 강화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종 정책연합당 위원은 이번 논의의 핵심이 감사권 축소가 아니라 "견제의 질 제고"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회와 행정부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정감사 자료 아카이브 구축과 자료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질의 요지 사전 통보 역시 정책질의와 의혹 규명 질의를 구분해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윤미 월요신문 부국장과 강기철 전 국회 비서관도 국회와 행정기관이 대립적 관계를 넘어 상호 협력하는 업무 파트너로서 소통과 타협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석 공노총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감사를 준비하느라 정작 국민을 위한 행정이 멈춘다면, 그 감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감사인가"라고 반문하며, "감사라는 이유로 노동권과 휴식권, 인격권까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감사의 폐지가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자료 요구와 중복 제출, 과도한 의전을 없애고 정책과 책임을 제대로 묻는 '감사다운 감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