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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도 못 받던 탄소배출권, 3만원 넘었다…정부가 바꾼 ‘공급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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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도 못 받던 탄소배출권, 3만원 넘었다…정부가 바꾼 ‘공급 공식’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0 08:50

KAU25 8월 한때 톤당 3만100원…2020년 이후 처음 3만원 돌파
제4차 계획기간 총량 25.37억톤으로 축소…과잉할당 2395만톤도 단계적 회수
발전부문 유상할당 2026년 15%→2030년 50%…외부 조달 수요 확대
기본 시나리오 2만7000~3만3000원…수급 따라 4만원 가능성도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때 톤당 1만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다. 단순한 단기 급등이라기보다 정부가 배출권 총량을 줄이고 발전사에 무상으로 나눠주던 몫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시장의 공급·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배출권시장의 최대 고민은 공급과잉이었다.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배출권을 보유하면서 가격은 8000~1만10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 KAU25는 지난 8월 20일 톤당 3만100원까지 올라 2020년 이후 처음으로 3만원을 넘어섰다. 8월 말에는 2만9450원에 마감했고, 주력물이 KAU26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지난 7일 2만9950원을 기록하며 3만원선에 바짝 붙었다.

상승 속도도 가팔랐다. 2025년 KAU24와 KAU25는 대부분 8000~1만1000원대에서 거래됐고 지난해 말 종가는 1만400원에 불과했다.

올해 1월부터 가격 흐름이 달라졌다. 1월 19%, 3월 13%, 5월에는 무려 44% 오르며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6월에는 장중 2만8800원까지 오른 뒤 2만2800원으로 밀리며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후 7월과 8월에도 각각 13.8%, 13.5% 상승했다.

거래도 함께 늘었다. 6월 거래량은 1136만톤으로 2015년 시장 개설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8월 거래대금은 2539억원까지 확대됐다.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동시에 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투기적 상승보다 배출권 수급 재편을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국내 배출권 가격 상승률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8월 아시아·태평양 주요 배출권 시장이 평균 2% 상승하는 동안 국내 배출권은 13.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를 100으로 놓고 비교하면 한국 배출권 가격 상승률은 215%를 넘어 유럽과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시장을 크게 웃돌았다.

배출권 가격을 밀어올린 첫 번째 변화는 공급이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을 25억3730만톤으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시장안정화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분 8528만톤도 총량 안에 포함했다.

772개 할당대상업체에 사전 배정된 물량은 23억6299만톤이다. 나머지 유상할당 물량은 정부가 보유한 뒤 계획기간 동안 경매를 통해 공급한다.

과거보다 총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시장안정화용 예비분까지 전체 한도 안에 포함되면서 배출권 공급 구조가 이전보다 빡빡해진 셈이다.

과거 과잉할당 물량도 회수된다. 정부는 에너지통계 정정에 따라 제3차 계획기간 전환부문에 과도하게 배정된 배출권 2395만톤을 회수하기로 했다.

다만 이 물량이 한 번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기업들은 미리 제출한 납부계획에 따라 제4차 계획기간까지 나눠서 반납할 수 있다.

따라서 2395만톤 회수가 최근 가격 급등을 직접 만든 요인이라기보다 앞으로 시장에 남을 잉여 물량을 줄이는 중기적인 수급 개선 요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수요 쪽에서는 발전사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은 올해 15%에서 2027년 20%, 2028년 30%, 2029년 40%,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쉽게 말해 발전사가 무상으로 받던 배출권이 줄어들고 그만큼을 경매나 시장에서 직접 사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는 이미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유상할당 경매 응찰률은 218.5%를 기록했고, 7월 전환부문은 약 96만톤을 순매수했다.

전기업종의 배출권 매수량은 전체 할당대상업체 매수량의 59%를 차지했다. 발전사의 외부 조달 수요가 배출권시장의 새로운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상할당 확대가 배출권 전체 공급량을 직접 줄이는 것은 아니다.

과거 무상으로 받던 물량을 발전사가 돈을 내고 경매에서 확보하도록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은 정부가 경매를 통해 얼마나 공급하는지, 낙찰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발전량 역시 중요하다.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발전사의 탄소배출이 증가하면서 배출권 수요도 커진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거나 전력수요가 감소하면 필요한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발전사가 기존에 얼마나 많은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변수다. 결국 ‘유상할당 50%’라는 숫자만 보고 가격을 단순히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배출권을 많이 나눠준 뒤 남은 물량이 시장에 쌓이던 구조에서 정부가 총량을 관리하고 발전사가 시장에서 부족분을 사야 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의 눈높이도 이에 맞춰 올라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수급 여건이 유지될 경우 국내 배출권 가격의 기본 범위를 톤당 2만7000~3만30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월별 유상할당 경매가 일정한 공급을 제공하지만 발전사의 외부 조달 수요가 가격 하단을 받치고, 내년 유상할당 비율이 20%로 높아진다는 기대도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3만3000~4만원까지 열려 있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전사의 배출권 매수가 늘고, 시장안정화제도(K-MSR)의 세부 운영기준 확정이 늦어져 단기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질 경우다.

반대로 가격이 다시 2만~2만5000원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시장안정화 예비분을 조기에 풀거나 경매 물량을 확대하고, 경기 둔화로 산업과 발전부문의 실제 배출량이 감소하는 경우다.

결국 3만원이라는 가격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이미 들고 있는 잉여 배출권이 얼마인지가 가격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정부의 총량 관리와 경매 공급, 발전사의 외부 조달 수요가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변화는 작지 않다. 배출권 가격이 톤당 1만원일 때와 3만원일 때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자체가 세 배 차이 난다.

특히 발전사처럼 유상할당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업종은 배출권 구매비용이 실제 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석탄과 LNG 발전 비중, 배출효율, 배출권 보유량이 기업의 비용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설비투자나 재생에너지 전환의 경제성은 높아진다. 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탄소를 줄여 아낄 수 있는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배출권시장은 오랫동안 낮은 가격 때문에 탄소감축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공급 총량 축소와 유상할당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은 처음으로 3만원대를 새로운 가격 기준으로 시험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3만원을 넘었느냐보다 이 가격대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발전사의 실제 매수 규모와 정부의 경매·예비분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 3만원 안팎이 새로운 정상가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크게 바뀌면 변동성 역시 다시 커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8000원대 배출권이 넘쳐나던 시장과는 이미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탄소배출권이 기업의 부수적인 비용에서 실제 원가와 투자전략을 움직이는 가격 변수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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