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왼쪽)와 타닛 치라바논(Tanit Chearavanont) CP엑스트라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열린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더파워 이설아 기자] K-푸드가 동남아 핵심 시장인 태국에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일 태국 1위 대기업 CP그룹 계열 유통사인 CP엑스트라와 K-푸드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지 공략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K-푸드 제품 라인업(CJ제일제당)과 태국 전역에 걸친 강력한 유통망 및 소비자 인사이트(CP엑스트라)를 결합해 태국 K-푸드 시장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CP엑스트라는 창고형 할인점 체인 ‘마크로’와 슈퍼마켓 체인 ‘로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두 브랜드의 태국 내 점포 수는 2700개를 넘어선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비비고 제품을 중심으로 한 K-푸드 유통망을 단숨에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태국 내 주력 제품인 ‘비비고 볶음면’과 김치뿐 아니라 ‘비비고 만두’, ‘K-스트리트 푸드’, ‘K-소스’ 등 제품군 전반의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 입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식당·카페 등 B2B 고객 비중이 높은 마크로와 손잡고 대용량·B2B 전용 제품을 키우고, 공동 마케팅과 프로모션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CP엑스트라는 비비고 브랜드의 인지도와 제품력을 활용해 마크로와 로터스 내 K-푸드 카테고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양사는 향후 CP그룹이 이미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태국을 동남아 권역 K-푸드 확산의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태국 1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현지 사업 성장의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며 “K-푸드 글로벌 개척자로서 다양한 협력을 통해 ‘신영토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약 6억9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K-푸드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태국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고 동남아 경제 거점 역할을 하는 만큼, 인근 국가로 K-푸드를 퍼뜨리는 관문이자 ‘전략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태국 법인을 설립한 뒤 ‘마크로’, ‘로터스’, ‘세븐일레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비비고 만두, 김치, 볶음면 등을 판매해 왔다. 특히 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비비고 볶음면’은 매운떡볶이·치즈떡볶이·김치·K-치킨·스모키K-치킨 등 한국식 맛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2019년 3조1540억원에서 지난해 5조5814억원으로 5년간 77%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해외 식품 매출은 4조3123억원으로 전체 식품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회사는 성장세가 가팔라진 해외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이토추상사 식품부문과 현지 사업 확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에는 중동 K-푸드 사업 강화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알 카야트 인베스트먼츠(AKI)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