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급전 수요와 ‘빚투’ 흐름이 겹치면서 카드론 사용이 다시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5일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이 42조5529억원으로 집계돼 전달 42조751억원보다 1.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증가율로는 재작년 10월(1.28%)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줄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27일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고, 여기 카드론도 포함되면서다. 특히 9월 말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까지 감소하며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효과가 더해져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0월에는 42조751억원으로 전월 대비 0.57% 늘어난 데 이어 11월 들어 증가폭이 더 커지며 반등 흐름이 뚜렷해졌다.
상환 부담이 커진 차주들이 또 다른 카드론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같은 카드사에서 다시 빌린 대환대출 잔액은 9월 1조3611억원에서 10월 1조4219억원, 11월 1조5029억원으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4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은행 문이 좁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드론으로 급전 수요가 쏠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생활비·의료비 등 긴급자금 용도가 많은데, 경기 부진과 은행 대출 규제로 숨통이 막히면서 카드사로 몰린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강세에 따른 ‘빚내서 투자’ 영향도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이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빚을 내 주식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열기가 되살아나면서, 일부 자금이 카드론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11월에는 추석 연휴가 있었던 10월에 상여금·보너스 등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던 대출 수요가 뒤늦게 반영된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수익성·건전성 부담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데다, 이를 보완하던 카드론 등 대출 사업도 강화된 규제로 성장 여력이 제약된 상황”이라며 “올해도 보수적인 건전성 관리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업황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